주요국 성장률 올린 IMF, 한국은 3연속 낮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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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장률 하향]
올 韓성장률 2.9→2.1→2.0→1.7% “韓 수출부진-부동산-고금리 여파”
인플레 둔화… 세계 전망 0.2%P⬆ … 美-中-獨-日 성장률도 줄줄이 상향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낮췄고 같은 해 10월 2.0%로 내렸으며 이번에 1%대로 낮췄다. 세 차례 연속 성장률을 낮춘 것이다.

IMF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1.7%, 2.6%로 예상했다.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이후 IMF가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0.7%)에만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고 그 외에는 모두 2%대 이상을 제시했다. 이번 전망치는 한국 정부 예상치(1.6%)보다 높고 한국은행(1.7%)과는 같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0.2%포인트 상향했다. 각국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예상 밖 회복세 덕으로 풀이된다. 미국(1.0%→1.4%), 중국(4.4%→5.2%), 독일(―0.3%→0.1%), 일본(1.6%→1.8%) 등 주요국 성장률도 줄줄이 올렸다.

한국 성장률을 일본보다도 낮게 제시한 것과 관련해 수출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가 세계 무역 둔화의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재개장에도 불구하고 무역에 의존적인 아시아 경제에 무역 둔화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등 수출이 많이 줄고 있는 데다 부동산 침체 등 국내 요인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 여파로 한국은행 또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낮춰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방문 중인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31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대외 쪽 수요가 줄어든 점, 주택 부문의 둔화 등에서 취약성이 있다”고 성장률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의 긴축, 특히 계속 금리가 오르면서 올해 말까지 소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 “韓 수출부진-고금리 타격”… 25년만에 성장률 日에 역전 전망


10대 경제국중 韓-英만 하향 조정


반도체 한파-내수위축 등 악재 겹쳐
올 성장률 韓 1.7% -日 1.8% 전망
IMF 부총재 “韓, 인구변화 대응 필요
부동산 위기 번질 가능성은 낮아”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독 한국 경제에 박한 점수를 준 것은 반도체 한파, 글로벌 무역 둔화, 각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 여파 등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아세안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요 국가 또한 IMF의 성장률 하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G2와 마찬가지로 내수 시장이 강한 인도, 일본 등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 외환위기 이후 처음 日에 성장률 뒤질 듯
IMF는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한국(1.7%)과 영국(―0.6%)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보다 각각 0.3%포인트, 0.9%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포함된 ‘기타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지난해 10월 예상 대비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일수록 세계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이 비교적 큰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앞선 전망보다 0.2%포인트 오른 1.8%로 관측했다. 한국보다 0.1%포인트 높다.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에 뒤처지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 둔화, 가계부채 등에 한국 경제가 유독 취약한 점도 성장률 하향의 이유로 꼽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고금리로 인해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을 IMF가 크게 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 여파가 예상보다 커지면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씨티은행과 ING은행 또한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7%, 0.6%로 제시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노무라의 전망치는 ―0.6%다.

31일 방한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고령화,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한국의 중장기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노동 참여를 포함한 노동, 연금,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도 권고했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간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한 유용한 조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약세가 전반적인 위기로 번질 가능성 또한 낮다고 진단했다.
● “인플레 둔화 불구 긴축 지속” 권고
IMF는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치(2.9%)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유럽의 따뜻한 겨울 덕에 전반적인 회복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1.4%)과 중국(5.2%) 성장률 전망치 또한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높였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물가가 하락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은 확률이지만 ‘연착륙’이 가능해졌다”고 기대했다. 중국 경제의 재개방이 세계 경제에 0.3%포인트의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올해 경제 둔화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00∼2019년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3.8%인 데 반해 2022년 3.4%, 2023년 2.9%, 2024년 3.1% 등 상당 기간 저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방역 완화에 따른 중국 경제의 회복이 오히려 원자재 부족 등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IMF는 “세계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긴 멀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imf#한국 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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