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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한발 물러선 이란 정부, ‘도덕 경찰’ 폐지…히잡 착용 완화도 검토

입력 2022-12-04 21:16업데이트 2022-12-0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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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시위 연대한 국제앰네스티 활동가들. 뉴시스이란 히잡 시위 연대한 국제앰네스티 활동가들. 뉴시스
이란 정부가 ‘히잡 시위’의 촉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도덕 경찰’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22세 여성인 마사 아미니가 9월 히잡 착용 불량을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면서 이란 전역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강경 진압으로 일관했던 이란 정부가 도덕 경찰을 폐지하고 히잡 착용 의무화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법무부 장관은 3일 한 종교 행사에서 “도덕 경찰이 왜 폐지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 제도가 폐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사법부는 풍속 단속은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관영 매체도 “(이슬람) 풍속위반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도덕 경찰은 히잡 착용을 비롯한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도덕 경찰은 2021년 8월 에브라힘 라이시 현 대통령이 취임 후 히잡 의무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부터 체포 및 구금 권한을 남용하면서 폭력적인 단속을 이어왔다.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아미니의 죽음으로 극에 달했다.

이날 이란 정부는 히랍 착용을 의무화한 현행법을 완화할지를 검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란의 이슬람 기반은 법적으로 견고하다. 다만 그러한 법률 적용 방법은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몬타제리 장관은 “의회와 사법부가 (히잡 착용 의무화)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달 30일 사법부 관계자들이 의회 측과 만나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1~2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4년 만인 1983년부터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간 이란 당국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2일에는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이 사는 주택이 철거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카비는 10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를 치러 이란 시위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란 개혁파 언론 이란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레카비의 주택을 철거했고 오빠 다부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위반 사항’ 때문에 과징금 5000달러를 부과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와이어가 공개한 영상에는 레카비의 것으로 추정되는 메달이 널브러진 집에서 오빠 다부드가 울부짖는 모습이 담겼다. 레카비가 철거된 집에 살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이란 휴먼라이츠’는 현재까지 이란 시위 참가자 중 최소 448명이 군경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대표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1만40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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