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하 20도’ 혹한에 헤르손 주민 대피령…“수백만 목숨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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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우크라이나는 섭씨 영하 20도가 예고되는 겨울철을 앞두고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지 일주일 만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에서 올겨울 혹한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2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 전기, 식수 부족을 우려해 헤르손 등 러시아에서 탈환한 지역 주민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중부나 서부로 이동할 것을 촉구했다. 이 대피령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과 주변 지역을 러시아로부터 되찾은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러시아가 주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난방, 전기가 끊기며 겨울 혹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에서 올겨울 수백만 명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야르노 하비흐트 WHO 우크라이나 대표는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의약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러시아 점령지 주민 3명 중 1명은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스 헨리 클루게 WHO 유럽지역 국장은 “에너지 인프라의 50%가량이 파괴됐는데 기온이 섭씨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라며 “우크라이나 국민 1000만 명 정도가 전기 없이 지낸다. 올겨울 추운 날씨는 우크라이나인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범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1일 러시아군이 철군한 헤르손에서 고문 장소 4곳을 발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시설에서 고무 곤봉과 나무 배트, 백열등, 전기 고문 장치가 나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포로들을 부당하게 처형했다는 의혹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며 반드시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은 세계 국가 의회에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를 규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타스 통신에 따르면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하원은 22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러시아군 포로들에 총격을 가해 살해한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검토·채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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