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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OPEC+ “하루 200만배럴 감산”… 러-사우디, 美와 ‘석유패권 전쟁’

입력 2022-10-06 03:00업데이트 2022-10-0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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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사우디 주도 OPEC+ 주요국 합의
전세계 하루 공급량 2%규모 감산
美, 휘발유 수출금지 맞대응 검토
고물가 속 세계경제 경착륙 우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산유국 연합체 OPEC플러스(OPEC+)가 5일(현지 시간) 하루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에 달하는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을 추진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 고물가 속 달러 가치가 치솟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익 기반을 상실한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연합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겨울을 앞두고 세계에 ‘석유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3개국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이날 OPEC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장관 전체회의 직전 OPEC+ 주요국 장관들로 구성된 합동 장관 모니터링 위원회가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위원회의 합의 내용은 장관급 전체회의에 권고됐다. 이 경우 감산 폭이 2년 7개월 만에 최대가 된다.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유가 안정에 사활을 걸어온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CNN은 미 백악관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백악관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원유 감산을 ‘재앙(disaster)’ 국면으로 규정했다”며 재무부 등을 동원해 막판까지 OPEC+ 회원국에 감산에 반대하도록 로비력을 총동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OPEC+의 감산에 맞서 자국 전략비축유 방출 확대부터 휘발유 수출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PEC+의 감산에 미국이 석유 수출 금지로 맞서는 ‘석유 패권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세계는 고물가 장기화 속 경기 경착륙을 면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달러 초강세를 뜻하는 ‘킹 달러’로 더 비싼 값에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진다.

러 원유감산 공세에 美 석유수출 금지 검토… 유가 100달러 위협


러-사우디, 美와 ‘석유패권 전쟁’… 국제유가 이틀새 8% 뜀박질
중간선거 앞 유가 잡으려던 美 비상… “백악관 공황” 모든 수단 동원 태세
‘美 킹달러 vs 산유국 감산’ 충돌… 한국 물가불안-무역적자 악화 우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원유 감산을 추진하자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 확대부터 휘발유 수출 금지까지 가능한 모든 대응 카드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11월 중간선거의 대형 악재이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무력화될 수 있어 미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 고위 당국자는 CNN에 “유가 안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백악관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CNN이 입수한 백악관이 재무부에 보낸 메모에는 현 상황이 ‘완전한 재앙(total disaster)’이라며 모든 수를 동원해 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유 감산에 이어 미국의 자국 석유 수출 금지까지 현실화되면 국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져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 “원유 배럴당 100달러 다시 온다”
국제유가는 OPEC플러스(OPEC+)의 감산 검토 소식이 전해진 2일 이후 이틀 동안 약 8% 가까이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지난달 30일 78달러에서 2거래일 뒤 86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장중 9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6개월 동안 배럴당 105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가뜩이나 고물가 고환율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한국에도 고유가 부담까지 얹혀지는 셈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킹 달러’와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다 무역적자에 악영향을 준다. 고물가 장기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 고착화로 이어져 다시 ‘킹 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에너지부와 주요 석유업체에 ‘휘발유 및 경유 수출 금지’에 대한 영향 평가를 급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 등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한 휘발유를 미국 내에서만 쓰도록 하면 미국 내 휘발유 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석유업체들은 “휘발유 생산량 저하를 유도해 세계적인 공급 병목현상을 불러 오히려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비상시 쓰도록 돼 있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하루 200만 배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 달러 vs 석유 패권 전쟁
당초 산유국 23개국 협의체인 OPEC+ 대면 회의는 내년이나 돼야 열릴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OPEC+는 1일 갑작스럽게 대면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대한 강제 병합을 공식화하자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원유 상한제 강화 등 대러시아 제재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이다. 다분히 정치적 보복이 담긴 상징성을 계산한 회의라는 의미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이자 RBC 캐피털 마켓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는 데 관심을 돌릴 것”이라며 “겨울로 접어들며 더 파괴적인 행동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서방의 러시아 원유 상한선 제재가 서방이 유가를 쥐고 흔들려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봐 왔다. 원유 상한선 제재는 에너지 ‘소비자’가 힘을 합쳐 러시아 원유 값을 제한해 경제적 타격을 입히려 한 제재다. 이에 ‘생산자’들이 원유 가격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킹 달러’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 큐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담당 수석은 “그 옛날 ‘석유 패권’이 돌아왔다”며 달러 가치를 높이는 미 연준과 석유 가치를 높이려는 산유국의 대결 국면으로 풀이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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