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샤이 보우소나루’ 뒷심 발휘…결선 투표 예측 불허

  • 뉴스1
  • 입력 2022년 10월 3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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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최종 승자는 오는 30일 결선에서 가려지게 됐다.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노동자당(PT) 후보로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의 1차 투표 승리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자유당(PL) 후보로서 연임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 지지층의 뒷심은 막강했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TSE)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59분(한국시각 3일 오전 9시 59분) 개표가 98.54% 진행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48.11%,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43.48%로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5%포인트(p) 안팎의 박빙으로 결론나고 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줄곧 13~15%p에 근접했는데, 실전에서는 그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노동자당에 또 정권 넘겨줄 수 없다”…극우 결집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리아 투표소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나사 올리베이라(59)는 과거 룰라에게 표를 주고 룰라의 집회에도 참석한 적 있는 열혈 지지자였지만, 2018년부터 보우소나루에게 표를 주고 있다.

그는 “노동자당은 다를 것이라고 약속해놓고는, 불행히도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레다 와셈(68)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연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룰라의 승리는 사기”라며 “내가 일하는 곳, 매일 가는 곳 어디서도 룰라를 지지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념 지형 극단 전·현직 대통령 나란히 결선 진출

룰라 전 대통령은 가난한 농부 가정의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꼬마 구두닦이’부터 ‘14세 금속공장 노동자’, 그리고 ‘브라질 유력 노조 지도자’로 성장한 뒤 노동자와 좌파 지식인을 모아 노동자당(PT)을 창당, 정계에 입문했다

2003~2011년 재임 기간 중엔 중앙은행 총재에 역량 있는 보수 인사를 앉히고 금리를 올려 물가와 환율을 잡으며 재정 안정을 위해 긴축을 택하는 행보로 ‘실용좌파’란 별칭을 얻었다. 그의 재임 기간 2002년 세계 13위였던 브라질 경제는 룰라가 내려오던 2010년 7위로 여섯 계단 상승했다.

또한 공격적인 사회지출로 8년간 4000만 명을 빈곤에서 구출, 브라질은 물론 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물결)’ 시대를 이끌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 인물이다.

남미 정계에 퍼진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몰락하는 듯했지만, 2018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작년 3월 대법원의 판결 취소로 단숨에 이번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반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이탈리아계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64~1985년 암울했던 군부독재기를 육군 대위로 승승장구하며 보냈다.

이후 하원의원을 7차례 하는 동안 늘 군사독재에 대한 향수를 표출했고, 마침내 2016~2018년 브라질 좌파 몰락 시기 기회를 얻어 2018년 당선했다.

룰라 전 대통령에게 2018년 실형 판결을 내렸던 판사 세르지우 모루가 보우소나루 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입각한 사실은 이후 대법원의 판결 취소와 함께 사법농단 의혹을 더 짙게 부각시키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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