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간 유럽으로 향하던 대량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상당분이 이제 중국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로시야-1 인터뷰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송유관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버려진 유럽행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수행 중인 노박 부총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기자들에게 “시베리아 중러 송유관의 두 번째 파이프라인 ‘미래포스2’를 통해 연 500억 입방미터(㎥) 공급 계약을 곧 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공급량은 노르트스트림2가 정상 개통됐다면 유럽으로 공급됐을 규모와 맞먹는다. 노르트스트림2가 예정한 공급용량은 노르트스트림1의 최대 설비용량과 동일한 연 550㎥였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와 독일이 노르트스트림1(2012년 완공)에 이어 건설한 두 번째 직통 해저 가스관이다. 2015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5년간 110억 달러(약 13조 원)를 들여 지난해 완공했지만, 그해 가을 불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승인이 지연됐다. 러시아가 결국 올해 침공을 강행한 데 따라 폐기 수순에 들어섰고, 러측 시행처인 노르트스트림2 AG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을 잇는 시베리아 송유관은 2014년 계약이 체결돼 2019년 12월 거래를 개시했다. 송유관 길이는 3000km, 계약상 공급액은 30년간 연 40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 파이프라인 연장 공사가 진행 중으로, 연내 이르쿠츠크 코빅틴스코예 가스전까지 연결을 완료해 2023년부터 공급량이 늘 것이라고 가스프롬은 전한 바 있다. 관련해 노박 부총리는 연 200억㎥에 이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가스프롬과 중국석유가스공사(CNPC) 간 2014년 계약 에 따라 바이칼 호수 근처 코위트카 들판과 송유관을 연결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라인이 2025년 최대 용량에 도달하면 가스 생산량은 610억㎥에 달하며, 이 중 380억㎥은 중국으로 보내진다.
노르트스트림2를 대체할 두 번째 시베리아 송유관은 부분적으로 몽골을 공유, 중국의 에너지 소비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착공은 2024년 예정이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올해 2월 초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추가 파이프라인 신설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합의 내용은 신규 송유관을 통해 25년간 연 100억㎥ 가스를 추가 공급하는 것이었다.
결국 중국으로의 대량 공급이 예정, 그간 유럽으로 향하던 다량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이제 방향을 틀 준비를 하는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변화하는 국제질서, 서방과 중·러 간 신(新)냉전 대립구도를 시사하는 한 단면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쟁 발발 직전까지 유럽연합(EU)은 역내 소비 천연가스 40%를 러시아에서 들여왔고, 이 중 3분의 1이 노르트스트림1을 통했다. 연 550억㎥ 가스를 실어나르던 노르트스트림1 밸브는 현재 잠긴 상태다.
노박 부총리는 “올해 러시아의 대(對) EU 가스 수출량은 약 500억㎥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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