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영의 신’ 이나모리 명예회장 별세…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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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전자 기업 교세라를 창업하고 파산에 몰린 일본항공(JAL)을 회생시켜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린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사진) 교세라 명예회장이 24일 일본 교토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향년 90세.

1932년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태어난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27세 때인 1959년 300만 엔(약 2900만 원)을 빌려 교세라 전신 교토세라믹을 창업했다. 독자적인 세라믹 기술로 다양한 반도체 부품 등을 생산해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 미국 IBM 등에 납품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창업 당시 직원 28명이던 교세라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30여 개국 8만3000명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 됐다. 1980년대 일본 정부가 전기통신사업 자유화에 나서자 일본 2대 통신사 KDDI를 설립해 시외전화 요금 인하, 휴대전화 보급 등을 이끌었다.

65세이던 1997년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불교에 귀의해 승려가 됐다. 사찰에서 지내던 그는 2010년 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일본 총리의 부탁으로 78세에 무보수 회장으로 취임했다. 정치인 입김 탓에 억지로 운영되던 지방 적자 노선을 폐지하고 인원을 감축했다. 회사 안팎 저항에 “80을 앞둔 노인이 아무 인연 없는 회사를 살리겠다고 월급도 안 받고 밤을 새는데 당신들은 뭘 하느냐”고 다그치며 구조조정을 밀어 붙였다. 2년 8개월 만에 도쿄증권거래소에 JAL을 재상장시키고 2013년 퇴임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세포 분열처럼 조직을 세분화해 독립 경영하는 ‘아메바 경영’ 창시자로 유명하다. 조직을 10명 안팎 소그룹으로 나눠 목표 설정, 부문별 채산 관리를 맡긴 뒤 실시간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가 만든 젊은 경영자 공부 모임 ‘세이와주쿠’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거쳐 갔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씨 없는 수박’을 개량해낸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이기도 하다. 우 박사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58년 이나모리를 사위로 맞이하면서 “철학이 있어 장래에 무언가를 해낼 남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세라는 전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이 뛰었던 일본 J리그 교토 상가FC 메인 스폰서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박지성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자 고인은 “어딜 가든 응원하겠지만 언제든 돌아와 달라. 부상으로 못 뛰더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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