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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국제

“하루 감자 1알 먹고 견뎌”…우크라 동부 최전선 자원군 큰 희생 감수

입력 2022-05-27 11:09업데이트 2022-05-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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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러시아군에 맞서 혁혁한 전과를 세우고 있다고 선전하고 실제로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루키우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한 것이 사실이지만 동부 전투에 참전하고 있는 자원병 부대들은 보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략 요충 세베로도네츠크 인근 115연대 3대대에 소속된 소대원들은 참호에 숨어서 하루 감자 1알만 먹으며 러시아군의 박격포와 다연장로켓포 공격을 당하고 있다. 수적으로 열세인 데다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화기만으로 싸우는 이들은 늘 포격이 끝나기만을 기도하면서 지낸다. 또 아군 탱크가 러시아군을 공격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

최근 이곳에서 전투를 치른 중대의 세르히 랍코 중대장은 “러시아군이 우리 위치를 정확히 안다. 우크라이나군 탱크가 이쪽에서 발사하면 위치가 드러난다. 그러면 박격포, 그라드 다연장포 등을 있는 대로 쏘아댄다”고 말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선전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고전하는 현장이다. 이곳에 투입된 자원병 부대는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까지는 민간인 신분이었고 자신들이 가장 위험한 동부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최선전에서 보급도 받지 못한 채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랍코 중대는 부대원들이 전사하거나 부상하고 탈영하면서 120명의 부대원 중 54명만 남았다. 이들은 상부에서 자신들을 버렸다고 느낀다.

랍코 중대장은 “우리 지휘부가 우리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 우리가 올리는 전과만 탐낸다.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 랍코 중대장과 비탈리 흐루스 소대장이 부대원들과 함께 전선에서 이탈해 한 호텔에 묵고 있다. 이들은 WP에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돼 교도소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랍코 중대장은 “나는 전선 지휘관이 아니다. 그러나 부대원들이 나를 지키면 나도 끝까지 그들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자원병부대 대대장 이호르 키질레이축은 WP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으나 26일 오후 “랍코 중대장 없이도 우리가 우리 땅을 지킨다”는 짧은 답변을 해왔다.

루한스크 지역 전시행정 책임자 세르히 하이다이는 “사람들이 전쟁에 무너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원병들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모든 병사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의료와 식량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베로도네츠크 인근에 배치된 115연대 3대대의 다른 중대도 랍코 중대장과 같은 생각이다. 지난 24일 올린 텔레그램 동영상에서 자원병들이 무기도 없고, 후방 지원도, 군 지휘관도 없어 더 이상 싸울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자원병은 사전 준비한 원고를 읽으면서 “우리는 사지로 보내졌다”면서 115연대 1대대의 다른 부대원들도 같은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생각이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들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탈영병”들이 전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 군인이 “(자원병들이) 휴가온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전선에서 이탈한 건 그래서이다”라고 했다.

랍코 중대장이 WP와 인터뷰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군 헌병이 호텔에 도착했고 부대원 일부를 탈영병이라며 잡아갔다.

랍코 중대장은 전쟁 전 유전 굴착 엔지니어였다. 흐루스는 전력 장비를 사서 팔았다. 서부 우즈호로드에 살던 두 사람은 전쟁이 터지자마자 국토방위군에 지원했다.

레슬러처럼 근육질인 랍코는 제5독립 소총대대의 중대장이 돼 120명을 지휘하게 됐다. 그 못지 않게 건장한 흐루스는 랍코 휘하 소대장이 됐다. 부대원들 모두 서부 출신이다. 그들에게는 AK-47 소총이 지급됐다 한시간 반도 못되는 훈련을 받았다.

랍코는 “30발을 쏘자 ‘더 못준다. 너무 비싸다’고 했다”고 훈련 상황을 전했다.

그들은 서부 르비우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배치됐다가 다시 돈바스 지방 루한스크 지역에 배치됐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현재는 러시아군이 일부 지역을 장악한 곳이다. 부대원 20여명이 싸우지 않겠다고 해 체포됐다고 랍코가 밝혔다.

남은 부대원들은 리지찬스크마을에 배치됐다. 그 곳에서 다시 최전선인 토슈키우카 마을에 배치됐다. 명령을 받았을 때 너무 놀랐다고 했다. 랍코는 “이 곳에 오면서 제3 방어선에 배치될 것이라고 들었지만 최전선으로 왔다. 이곳으로 올 줄 몰랐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전력을 집중 투입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리비찬스크 인근 세베로도네츠크시는 러시아군이 3면에서 포위한 상태다. 지난 주말 도시로 이어지는 3개 교량중 하나를 파괴했고 나머지 2개에도 집중 포격하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의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군이 도시를 완전히 포위하지 못하도록 저항하고 있다.

랍코 부대의 임무도 같았다. 토슈키우카가 함락되면 러시아군이 북쪽에서 리지찬스크로 진격해 세베로도네츠크를 완전히 포위할 수 있게 되고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하면 다른 대도시로 진격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엔 토슈키우카에 3~4일 간격으로 순환 배치됐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최소 1주일로 늘어났고 2주 동안 버틴 적도 있다. 흐루스는 “식량은 폭격이 없거나 상황이 나쁘지 않을 때만 매일 보급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주 새 상황이 크게 악화했고 폭격으로 보급선이 이틀 동안 차단되면서 부대원들은 하루에 감자 1알만으로 버텨야 했다.

부대는 밤낮으로 토슈치우카 외곽 숲에 판 참호나 파괴된 주택 지하에서 지냈다. 랍코는 “물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이틀에 한번 물을 가져다 줬다”고 했다.

흐루스가 러시아군이 토슈치우카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한 건 기적이라고 하자 랍코도 끄덕였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소총과 수류탄 외 대전차 총류탄(RPG) 몇 자루 뿐이었다. 랍코 부대원 중 RPG 사용법을 배운 사람은 없었다. 랍코는 “우린 필요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했고 흐루스는 “15명 당 RPG 4대 뿐이었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러시아군은 탱크와 장갑차, 다연장로켓과 다른 대포들을 갖추고 있으면서 숲을 돌파하려고 사도할 때마다 “사격”거리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흐루스는 “간신히 버텼다. 중화기 공격을 당하면 도무지 해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들 배후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탱크와 대포, 박격포로 지원했다. 그러나 탱크와 박격포가 발사되면 러시아군이 다연장로켓으로 응사하면서 랍코 부대가 있는 곳도 공격하기 일쑤였다. 지원을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랍코 부대에 무전기가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지찬스크 지휘소와 연락이 안돼 지원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국제법으로 민간인 상대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흐루스는 “30~40m 상공에서 폭발한 뒤 서서히 내려오면서 모든 걸 태웠다”고 했다. 랍코는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아나? 헝겊조가리에 물을 적셔 입을 막았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전선에서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랍코는 이에 대비해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적을 상대하기엔 장난감에 불과하지만 적에게 잡히면 자살하려고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랍코는 자기 부대가 용감하게 싸웠다고 했다. 흐루스를 가리키며 “이 친구는 영웅”이라고 했다. 흐루스 소대는 러시아군과 근접 전투에서 러시아군 5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했다. 러시아군 30명이 탄 장갑차 2대를 수류탄과 소총으로 기습했는데 “러시아군이 우리 뒤를 따라오지 않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랍코는 부대원 12명에 훈장을 상신했다. 2사람은 전사한 뒤였다.

다른 지역 우크라이나군과 마찬가지로 랍코 중대는 사상자가 많다. 대대 전체에서 20명이 전사했고 그의 중대원 2명도 전사했다. “그리고 여러 명이 부상해 현재 치료중”이라고 했다. 폭격 등으로 실종된 부대원도 있다. 랍코는 “상당수가 폭격을 당했을 것이다. 얼마나 되는 지는 모른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사상자수는 비밀로 하고 있다. 군과 국민의 사기를 지키기 위해서다. 랍코는 “우크라이나 TV를 보면 사상자는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전사자 대부분이 부상했는데 빨리 후송되지 못해 전사했다고 했다. 25km 떨어진 리지찬스크 야전병원까지 후송하는데 12시간씩 걸리곤 했다는 것이다. 차량이 없어 부상자를 들 것에 실어 3,4km를 걸어간 적도 있다고 랍코는 밝혔다. 이 부대에 할당된 차량 2대는 사령부 사람들이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가 있었다면 부상자를 곧바로 데려왔을 것”이라면서 리지찬스크에서 호텔까지도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랍코와 부대원들은 상관들을 믿지 못하게 됐다. 훈장 상신이 거부됐고 대대장은 부대원 20명을 다른 전선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 토슈키우카에 부대원들을 교대할 수 없게되기에 거부했다고 했다. 토슈키우카에서 2주동안 있은 뒤 리지찬스크 사령부에 도착했을 때 사단이 벌어졌다. 대대장과 부대원들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식량과 물, 기타 보급품을 모두 가지고 다른 마을로 가버린 것이다. 랍코는 “우리에겐 아무런 말도 없었다. 우리가 살든 죽든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와 흐루스, 부대원 몇 사람이 차를 몰고 100km 떨어진 드루즈키우카로 와 호텔에서 묵은 지 며칠됐다고 했다. 랍코는 “부대원들이 한달만에 처음 씻을 수 있었다. 씻는 건 꿈도 못꿨다. 쥐가 뛰어다니는 지하실 매트에서 잤다”고 했다. 그와 부대원들은 다시 전선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랍코는 “우린 싸울 준비가 돼 있고 계속 싸울 것이다. 우리 땅 한치라도 지킬 것이다. 그러나 명령이 타당해야 하고 비현실적 명령은 없어야 한다. 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킬 것이며 우리가 살아있는 한 아무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우크라이나군 헌병대가 호텔에 와 흐루스와 그의 소대원들을 이틀동안 탈영 혐의로 구금했다. 랍코는 지휘권이 박탈된 채 리지찬스크 기지에 구금돼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25일 전화 통화에서 랍코는 부대원 2명이 더 부상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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