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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싱크탱크, ‘中 대만봉쇄’ 가정 시나리오 분석…전면전땐 양측 부담

입력 2022-05-24 11:55업데이트 2022-05-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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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오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 국방 전문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 또한 “중국이 대만 봉쇄를 감행할 경우 미국은 대응이 쉽지 않다”는 시나리오 보고서를 내놨다. 또 대만해협의 갈등이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까지 이어질 경우 “미국이 끔찍한 선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美싱크탱크, 中의 ‘대만 봉쇄’ 가정
랜드코퍼레이션은 중국이 대만 봉쇄를 감행하게 될 경우 중국, 대만, 미국을 둘러싸고 벌어질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랜드코퍼레이션은 미국의 방산업체 맥도널드더글러스가 1948년 설립한 권위의 국방안보연구소다.

보고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 수단은 방공식별구역 침범에서부터 전면 침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중 ‘대만의 무역을 막는 봉쇄’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만 주변 바다에서 대만과 외국을 오가는 선박, 화물, 항공 등을 통제하면서 대만에 대한 ‘사실상의 주권’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봉쇄를 감행할 경우 첫 단계로 대만 주변 바다에 일방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해상에는 중국 해안경비대(CCG)를 투입해 오가는 선박을 검사, 수색하고 공중에는 중국인민해방군 공군(PLAAF)를 투입해 대만 주변 영공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대만으로 향하는 외국 국적기들을 강제로 중국 본토 공항에 착륙시켜 검사하거나 대만에 착륙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봤다.

랜드코퍼레이션은 “중국은 초기에 자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해군이 아니라 해안경비대와 중국 해상민병대(PAFMM) 같은 ‘준(準) 군사조직’을 동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PAFMM은 중국이 운용하는 비공식 해상 군사조직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는 PAFMM의 존재를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CCG의 명칭은 경비대지만 웬만한 중소국가 해군에 비견될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CCG는 대형 경비함 130척 이상, 고속 경비정 70정 이상, 해안경비함 40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CCG는 매우 잘 무장돼있다. 헬기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CCG는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인민무장경찰(PAP) 소속이다.
● “반도체 대란, 세계 여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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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코퍼레이션은 “대만은 세계 공급망에서 ‘반도체 생산 핵심국’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중국의 봉쇄가 시작되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매우 빠르게 시작된다. 대만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미국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중국은 ‘반도체’라는 핵심 산업을 자국 통제 아래 두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대만의 반도체 생산,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중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중국은 대만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은 아니다”며 “대만이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 중국도 그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대한 봉쇄나 침공을 쉽게 결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보고서는 “이 경우 중국은 전 세계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고 중국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만 무역을 봉쇄한 데 대한 조치로 미국이 그에 맞먹는 대(對)중국 수출금지 조치와 금융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보고서는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전 세계 은행시스템의 핵심 통화로 총 거래액의 90%가 달러로 이뤄진다. 미국은 거의 무제한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에 접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응 조치는 다른 국가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처럼 전 세계가 동참할 경우 중국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 미국 대응도 쉽지만은 않아
다만 이 경우 미국도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지금까지 대만-중국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해왔지만 일단 중국의 대만 봉쇄가 현실화 되면 더 이상 이를 유지할 수 없다”며 “미국이 대만과 방위조약을 맺진 않았지만 상황을 방치한다면 이는 ‘중국의 행동을 용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수조치, 금융제재 같은 비(非) 군사적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 지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가졌고 자국 내부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며 “중국도 미국처럼 독자적으로 다른 국가에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현재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 대국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5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4조 달러로 세계 1위, 중국은 17조 달러로 2위였다. GDP ‘10조 달러’가 넘는 국가는 이 두 국가가 유일했다. 3위 일본은 5조 달러였다.

보고서는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미국이 중국의 봉쇄 조치를 무시하고 대만에 선박을 보내거나 인근 바다에서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 봉쇄작전에 동원된 중국의 소형 선박, 함정, 항공기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이 경우에는 중국 본토 인근 해상에서 작전이 진행되고 아직 미국의 핵심 해상전력이 동원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해군도 중국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 미-중 전면전, 양측에게 모두 부담
랜드코퍼레이션은 미국, 중국, 대만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가장 높은 갈등 단계’에 진입할 경우도 가정했다. 바로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 경우다. 보고서는 “이는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지만 사실상 미국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대만으로의 물자 공급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 없이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무력을 즉시 동원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이 방어하는 입장이 된다면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군사력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을 더 큰 군사적 지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만 입장에서는 수일 내 중국에 항복을 선언하거나 미국에 더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윈스턴 로드 전 중국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 폴리티코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불필요하게 불안하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관계의 핵심이었던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하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담당 국장은 “미국이 대만 방어를 약속하는 공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 하여금 대만 침공을 결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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