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측근들 우크라전에 모든 걸 걸고 있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0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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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한다면 푸틴 체제의 러시아가 붕괴하고 제국으로서 러시아는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허드슨연구소 전략 및 정치지도자 자격 담당 석좌연구원 겸 바드 칼리지 국제관계 및 인문학 석좌교수의 “러시아 제국의 종말?”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탱크전을 준비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의 앞날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평야지대에서 벌이는 대규모 탱크 및 포격전은 러시아에 유리하며 러시아가 점령지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용맹성, 전술적 탁월함, 서방의 무기와 장비 지원으로 러시아가 또한번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

푸틴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군이 패배한 끝에 돈바스 지역과 몰도바의 친러 반군 지역을 내주고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 패배는 푸틴 개인의 굴욕을 넘어서는 일이다. 푸틴이 쫓겨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이미지에 심리적, 전략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제국이 몰락한 사례는 러시아 이전에도 많다. 스페인은 1898년 미국의 겁없는 장군에게 패배하면서 역사의 경로가 바뀌었다. 콜럼버스의 대항해 이래 대제국이던 스페인은 갑자기 몰락했고 스페인 국민들은 왕정부터 교회까지 모든 것을 부정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1956년 수에즈전쟁에서 패배하는 수모를 당한 끝에 두 나라가 더이상 세계 강국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제국의 영광이 끝났으며 두 강대국은 마지못해서, 어렵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 러시아의 수에즈사건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심장부(우크라이나 서부는 러시아 역사신화에서 비중이 작다)를 점령하지 못하면 수백년 이어진 끝에 레닌과 스탈인이 1차세계대전의 재앙 속에서 복원한 차르 제국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내에서도 다른 제국들이 겪어야 했던 깊은 반성의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역사가 달라질 것이다.

로마노프 왕조 시대와 공산당 및 푸틴 치하에서 러시아인들의 정치적 사고엔 세가지 믿음이 깔려 있다. 러시아는 다르다, 러시아가 다르다는 점은 초월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세계역사에서 독특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면 이런 신념이 크게 훼손될 것이며 러시아는 아이덴티티 위기에 빠지고 그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차르와 공산당 정치위원, 푸틴주의자 모두 러시아를 서방에 맞서 투쟁하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로마제국이 야만인들에 의해 무너지고 동로마제국이 투르크인들에 정복된 뒤, 차르는 모스크바가 기독교의 횃불을 지키는 ‘제3의 로마’라고 생각했다. 공산주의자들은 모스크바가 전세계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보루로서 서방의 퇴폐한 부루조아 문화를 절멸시키야한다고 생각했다. 푸틴과 측근들도 세상을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러시아가 영혼이 없고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힌 서방의 퇴폐에 맞서 생존투쟁을 한다고 믿는다.

더 발전한 서방과의 힘든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나아가 러시아의 독특한 세계관에 맞는 통치를 하기 위해, 러시아와 러시아의 통치자들은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트린트 여제, 스탈린만큼 강력한 푸틴만이 서방과의 대결전에서 러시아를 승리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가 관건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손에 넣으면 러시아는 스스로 유럽 최강국이 된다고 본다. 우크라이나가 없이는 러시아가 초강대국 소련의 지위를 회복한다는 꿈은 속절없이 깨질 것이다.

푸틴체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온 “유라시아” 이론가들과 급진 러시아 민족주의자로선 우크라이나의 정통 슬라브 및 민주주의가 전제 러시아에 승리하도록 방치하는 건 푸틴의 정통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 예외주의를 훼손하고 전제주의가 러시아인의 영혼에 맞는 통치제제라는 관점을 철저히 망가트릴 것이다.

전쟁이 푸틴체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면서, 해외에서의 잔혹함과 국내에서의 압제로 푸틴의 미간에 카인의 표시가 선명해지면서, 러시아가 패배하길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 푸틴과 측근인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지 영토를 넓히기 위한 것이 아님을 잘 안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 아무리 큰 피해를 당하더라도, 아무리 참혹하더라도, 모든 무기를 다 써보기 전에는 패배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측근들은 우크라이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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