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지역 인근의 섬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기업들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고, 섬은 군사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사업상 필요를 명분으로 내세워 남태평양에 있는 솔로몬 제도와 남아프리카 엘살바도르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필리핀 인근의 섬을 대상으로 토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문제가 됐던 곳이 솔로몬제도다. FT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센티앤(森田·영문명 삼그룹)은 2019년 9월 솔로몬제도의 한 지방정부와 툴라기섬 전체를 75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진행했다. 툴라기섬은 인구 1000명 정도의 작은 섬이지만 수심이 깊어 군항으로 활용 가치가 큰 곳이다. 과거 영국 해군과 일본 해군이 이 섬에 남태평양 사령부를 설치하기도 했다.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솔로몬제도 중앙정부는 계약 투자자인 센티앤 그룹이 중앙 정부와 논의하지 않았으며, 해외 투자자 지위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계약 무효를 선언했다. 하지만 센티앤은 이후 솔로몬제도의 공식 외국인 투자자 지위를 획득했고 다시 중국 해군을 위한 섬 임차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는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도 맺었다. 공개된 안보 협정 초안에는 현지 중국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질서유지 등을 위해 중국군의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솔로몬제도와 가까운 호주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두고 시작된 중국-호주 갈등이 무역 분쟁과 군사적 갈등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호주의 앞마당 격인 솔로몬제도에 중국군이 진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호주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호주 정보당국 수장들은 7일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경위 파악과 함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중국이 2017년 홍해 입구에 있는 아프리카 지부티에 임차 형태로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를 확보한 이후 적극적으로 해외 군사 진출을 시도하면서 미국과의 갈등 및 경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필리핀 푸가섬에서도 전자장비 거래, 스마트시티 건설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2017년 임대차 계약을 시도했고, 캄보디아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을 내세우며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보류중인 상태다. 이외에 엘살바도르 등지에서도 각종 사업을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FT에 “중국 기업들이 각국의 전략적 요충지격인 섬들에 진출하는 것은 현대판 동인도회사를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인도회사는 17세기 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아시아 진출을 목적으로 세운 회사로, 무역과 식민지 점거를 위한 전초 기지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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