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부차 학살은 전쟁범죄”…中 “성급한 비난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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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6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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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실시간 화상 연설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실시간 화상 연설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 관련 논의를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유엔 퇴출을 촉구한 가운데 중국은 “성급한 비난은 금물”이라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이번 러시아 침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 범죄”라며 “이슬람국가(IS) 같은 다른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당한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희생 당한 민간인 시신들을 90초 분량 영상을 통해 보여주며 러시아군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키이우 인근 도시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만 410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 현장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 뉴시스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 현장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 뉴시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자신의 침략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유엔 인권사무소도 고의적인 민간인 살해는 전쟁 범죄라고 강조했다. 리즈 트로셀 유엔 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부차 마을의 길거리와 급조한 무덤에 누워있는 민간인들의 모습은 끔찍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측도 러시아의 유엔 이사국 자격 정지를 요청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는 인권 존중이 목적인 기구에서 권위 있는 지위를 가져선 안 된다”며 러시아의 퇴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서 신중론을 펼치며 러시아를 감쌌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사실에 근거한 비판만 가능하다.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부차 대학살 의혹과 관련해 정확한 정황과 사건 원인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측 또한 정복이 아닌 평화를 가져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알렉스비치 네벤즈야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엄청난 양의 거짓말을 들었다”며 “러시아가 (전쟁에서) 기대만큼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건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 등 대다수 국가들은 현재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유엔 차원의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다른 이사국의 거부권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아울러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을 번번이 저지하기에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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