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 美 망명 위해 국경서 야영까지…우크라인 일사천리 입국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1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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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명을 원하는 러시아인들이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아 멕시코 국경에서 야영을 하고 있다. 반면 같은 장소에서 망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쉽게 미국에 입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멕시코에 관광객으로 입국한 뒤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한 러시아인 34명은 입국이 금지돼 멕시코 국경에서 며칠 째 야영을 하고 있다.

국경 도시인 멕시코 티후아나시 당국은 그들에게 떠나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경 앞에 계속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엔 어린 소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인들은 미국 입국이 가능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오히려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이 입국 저지를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8일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17일 티후아나시에 도착해 7명의 가족과 함께 야영 중인 40대 러시아 여성 이리나 졸린카는 “그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법률 서비스 회사 알 오트로 라도의 소송·정책 책임자 에리카 핀헤이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5일께부터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을 인도주의적 가석방 방식으로 1년 간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모든 러시아인을 차단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11일 공개되지 않은 미국 국토안보부 서류를 보면, 코로나19 관련법에 의한 망명 제한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면제될 수 있는 것으로 적혀있다고 abc뉴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인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특히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선 국적에 관계없이 사례별 검토를 통해 인도주의적으로 입국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자신의 이름을 마크라고 밝힌 한 이주자는 며칠 전 국경에 도착해 3명의 러시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봤으나, 6시간 뒤 미국 당국은 그의 여권을 되돌려주며 우크라이나인만 입국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서 도망쳤다는 마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한 사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은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70만 번 이상 이민자들을 추방했다. 하지만 미 당국의 공중보건 권한은 외교적 이유 등을 가진 일부 이민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abc뉴스는 지적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인들은 사실상 망명을 쉽게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침공 이전부터 미국에선 우크라이나인 망명 신청자가 증가해왔는데, 미국 관세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멕시코 국경지대로 입국한 우크라이나인은 1500여명으로 전년 동기 45명의 약 35배에 달한다.

이들 중 단 4명만 공중 보건 명령에 의해 입국이 금지됐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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