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생방송 뉴스 도중 뛰어든 여성…“전쟁 멈춰” 난입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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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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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도중 벌어진 반전 시위. 사진=채널1 TV 뉴스 방송화면 캡처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도중 벌어진 반전 시위. 사진=채널1 TV 뉴스 방송화면 캡처
러시아 국영TV 뉴스 방송 도중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오후 9시 31분경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가 생방송으로 보도되던 중 한 여성이 진행자 뒤로 불쑥 나타나 반전(反戰) 메시지를 적은 팻말을 들어 올렸다.

팻말에는 ‘전쟁 반대(NO WAR)’라며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여성은 이 같은 메시지의 명의로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썼다.

채널1은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들을 위한 주요 뉴스 전파 방송사다. 통상적으로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의 노선을 따른다. 이에 여성의 종이 시위를 보고 당황한 뉴스 진행자는 더 큰 목소리로 대본을 읽었지만 여성의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라고 외치는 소리가 몇 초 동안 전파를 탔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난입 시위를 벌인 여성은 채널1 직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다. 오브샤니코바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기소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시위 전 녹화한 영상. 사진=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 트위터 캡처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시위 전 녹화한 영상. 사진=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 트위터 캡처
그는 이후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를 통해 공개한 시위 전 녹화 영상에서도 자신의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임을 알리며 러시아의 전쟁 중단 등을 촉구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영상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범죄며 러시아는 침략 국가”라며 “이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양심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 동안 채널1에서 근무하며 크렘린 정치선전을 한 것이 매우 부끄럽다”며 “TV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한 것, 러시아인들을 좀비로 만들도록 한 게 수치스럽다”고 한탄했다.

이어 “우리는 이 반인륜적인 정권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 전 세계는 우리를 외면했고 다음 세대들은 이 동족상잔의 수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반성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반전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인이고, 생각할 수 있고, 똑똑하다. 우리만이 이 모든 광기를 막을 힘을 가지고 있다”며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감금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는 시위대와 독립 언론, 해외 소셜미디어에 대한 전례 없는 탄압을 자행 중이다. 현재까지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1만5000여 명의 사람들이 전쟁에 항의해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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