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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中, 국제혼란 틈타 대만 호시탐탐… 세계 지도자들 “침공 가능성”[글로벌 포커스]

입력 2022-03-05 03:00업데이트 2022-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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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다음 전쟁 타깃은 대만?
中, 최근 남중국해 해상훈련 진행… 공군기는 러 침공당일 ADIZ 진입
대만 향해 노골적으로 무력시위… 대만총통 “전투 준비 태세 강화”
내부 “징병제 부활” 등 촉구 속, 당국 “우린 천연요새” 안심시켜
대만군이 지난해 9월 ‘한광훈련’을 통해 수륙양용 장비가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한광훈련은 대만의 육해공군 합동 훈련이다. 대만은 1984년부터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만 국방부 트위터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대만이 다음 전쟁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등은 러시아의 폭주를 본 중국 또한 국제적 혼란을 틈타 대만을 노릴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지난해 4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을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대만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오늘이 대만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높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당일에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9대의 전투기를 진입시키면서 대만에서는 징병제 부활 등 총력 대비에 나서자는 의견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상군 파병 등 직접적 군사 지원을 하지 않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 2일 양일간 대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지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대만은 미국의 9번째 교역국이자 반도체 동맹의 핵심이어서 미국 또한 중국의 침공 위협을 가만히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세계 지도자 “中, 대만 침공 가능성”

전현직 세계 지도자들은 잇따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처하면 그 충격은 전 세계로 퍼져 메아리로 들릴 것”이라며 “대만과 동아시아에서 그 메아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지난달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을 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공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중국이 러시아와 비슷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만의 비상사태는 곧 일본의 비상사태”라고 했다. 대만과 일본 요나구니(那國)섬은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면 일본의 영공과 영해 또한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다. 특히 그는 “미국이 중국의 침공 위협에 노출된 대만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최근 밥 먹듯이 대만 ADIZ에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지난달 27일∼이달 1일에는 남중국해에서 해상 군사훈련도 진행했다. 대만 침공 시 쓰일 가능성이 높은 ‘075형’ 상륙강습함의 사진도 공개했다. 특히 1일 중국 공군기 7대는 중국과 대만의 경계로 간주되는 대만해협 중간선에 바짝 붙어 비행했다. 단순히 ADIZ에 진입한 것을 넘어 금방이라도 중간선을 넘을 듯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 징병제 부활 등 국방력 강화 논의하는 대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20년 7월 전투복에 방탄 헬멧까지 착용한 채 군 병력 앞에서 주권 수호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만 국방부 트위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미 지난달 22일 군에 ‘전투 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1일 추궈정(邱國正) 국방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후 대만에 제기된 여러 경고가 대만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역시 “중국이 언제든 대만에 군사 작전을 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징병제 부활 등 군사력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만은 1951년부터 징병제를 시행했다. 67년 만인 2018년 12월 말부터 모병제를 도입했으나 성인 남성에게 4개월의 군사훈련 의무는 부과하고 있다.

2일 쯔유시보 등에 따르면 입법원 법제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출생률 저하로 2039년에는 모병제 지원 인원이 5만여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징병제 부활 필요성을 제기했다. 1일 의회에서도 야당 국민당의 한 의원이 징병제 부활 가능성을 거론했다. 국방부 또한 4개월 훈련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력 격차에 대한 대만 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은 200만 병력을 보유했지만 대만의 현역병은 약 19만 명에 불과하다. 전차, 대포, 구축함, 상륙함, 잠수함, 전투기, 수송기 등 육해군의 모든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진다. 특히 중국이 항공모함 2척과 폭격기 450대를 보유한 것과 달리 대만은 이 둘 모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대만 역시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후 73년간 사실상 국토 전체를 요새화하고 막대한 돈을 투입해 군사력을 현대화했다. 미국은 전투기, 전차, 미사일, 공격용 드론 등 각종 최신식 무기를 대거 판매하며 대만을 도왔다. 러시아군에 비해 현격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과 달리 대만군의 위력 또한 만만치 않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려면 상륙함 1만 척, 병력 45만 명이 필요하며 양측에서 최대 2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미 싱크탱크 ‘프로젝트2049’는 추산했다.

대만 당국 또한 대만 자체가 강력한 천연 요새임을 강조하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우선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130km의 대만해협이 있다. 러시아군이 전차로 육상 진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와 지형 여건이 완전히 다르다.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또한 과거 대만을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평했다.

차이 행정부에서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추타이싼(邱太三)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은 지난달 25일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란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만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믈라카해협을 잇는 방어선의 중심점이며 우리가 무너지면 남중국해 정세가 요동친다”고 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이 대만에 대한 위협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바이든 “대만 방어는 의무”
바이든 행정부가 1, 2일 대만에 파견한 미국 대표단 또한 차이 총통과 만나 대만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랠프존슨함’이 지난달 26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중국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 미국이 약속을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보증한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 또한 대만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외교 수장으로 강력한 반중 정책을 주도했으며 2024년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군에 올라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역시 2∼5일 대만을 찾았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책사로 꼽힌 재미 중국 학자 위마오춘(余茂春·60)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을 대동했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위 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재직 시절 중국공산당 체제를 ‘전체주의’라고 비판하고 각종 제재를 가할 때 이를 입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미 대선 결과 등을 두고 내내 대립했던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초당적인 대만 지지 행보를 보내는 것은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세계적 반도체 강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해 효과를 거둔 미국은 주요 동맹과 반도체 공급망 가치사슬을 구성해 중국을 배제시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 또한 차이 총통 접견 등 공개 일정 외에도 TSMC 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과 대만의 교역 규모는 906억 달러(약 108조7200억 원)로 37억 달러에 불과한 미-우크라이나보다 약 24배 많다. 오키나와 등 일본 남부에 있는 미군 기지는 대만에서 수백 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일본 도쿄 인근에 기항하는 미 제7함대도 빠르게 대만의 유사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이 대만을 방치하면 동맹국의 신뢰가 추락하고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한국, 일본 등이 핵무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미국에 큰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CNN 타운홀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그간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하며 직접적 발언을 삼갔던 전임자들과 매우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또한 지난달 28일 “미국은 이미 2차대전과 냉전 때도 여러 전장에 깊이 관여한 경험이 있다. 인도태평양과 유럽이라는 ‘2개 전장(two theaters)’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 등으로 바쁘지만 중국의 대만 위협 또한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발언이다.
○ 대만 내 우크라 지원 열기… 월급 기부 봇물
대만에서는 동병상련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가시화했을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던 차이 총통은 2일 “한 달 월급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 등 수뇌부는 물론이고 야당 국민당 또한 급여 기부에 동참했다. 일반 국민 역시 속속 모금 계좌에 돈을 보내고 있다.

차이 총통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을 전 세계가 봤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함께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했다. 대만은 이미 27t의 의료 물자 등 다양한 지원품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야후타이완의 지난달 28일 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만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약 11만 명의 응답자 중 54.8%가 “걱정한다”고 했다. 대만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팻말을 들었다. 타이베이 ‘101빌딩’ 등 주요 건물들도 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을 켰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비판을 늘 ‘내정 간섭’으로 비판했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종의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중어중문학)는 “러시아가 명확한 주권 국가를 침공한 것은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사안을 ‘내정’이라고 주장했던 중국에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학) 또한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해 유엔 체제를 다자주의의 기본으로 세우고 유엔 헌장을 국제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중국이 러시아의 일방주의로 입장 정리가 불가능해졌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대만을 지금 이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일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는 등 푸틴 정권과 긴밀한 교감을 나눠 왔다고 전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러시아의 모습을 봤다고 해서 대만을 무력 통일하는 방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초기 단계에 더 많은 화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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