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키이우 인근 산부인과에 미사일… 제2도시엔 공수부대 침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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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민간인 하루새 1600여명 사망


포격에 불타는 TV타워-병원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TV타워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하층부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 포격으로 5명이 사망했으며 방송 수신탑이 파괴돼 국영방송이 마비됐다(왼쪽 사진). 2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이 민간 병원을 포격해 건물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진입해 민간 시설물 등을 무차별 공격했다고 밝혔다. 트위터·페이스북 캡처
포격에 불타는 TV타워-병원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TV타워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하층부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 포격으로 5명이 사망했으며 방송 수신탑이 파괴돼 국영방송이 마비됐다(왼쪽 사진). 2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이 민간 병원을 포격해 건물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진입해 민간 시설물 등을 무차별 공격했다고 밝혔다. 트위터·페이스북 캡처

민간인 인명 피해가 속출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공습에 러시아군이 ‘진공폭탄’과 ‘집속탄’ 등 금지된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러시아군이 이번에는 국제법에 따라 공격이 금지된 병원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에 나섰다. 전쟁의 양상이 점차 무자비한 학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르키우에서는 공수부대를 침투시켜 병원을 공격했고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는 미사일로 산부인과와 민간인 주거지역을 무차별 공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State Emergency Service)는 2일(현지 시간) 오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200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침공 6일째였던 전날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35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최소 1648명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 겸 법무장관은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야만적인 전술로 대응할 것”이라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일제히 포위해 포격에 나서면서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정부군의 포위 작전에 3만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알레포의 비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함에 따라 이를 다루기 위한 공개 청문회를 7, 8일 연다고 밝혔다.
○ 러, 국제법 금지한 병원까지 폭격
2일 러시아 공수부대가 침투한 하르키우 북부의 병원은 부상 군인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침략군(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교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네바협약 등에선 부상자와 병원 등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1일에는 오후 10시경부터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대한 일제 폭격에 나섰다. 특히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지토미르에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10여 채의 민간인 주거 건물이 파괴됐으며 이 중 3채는 화재에 휩싸였다. 러시아가 폭격한 이곳은 시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이 위치한 구역.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으며 병원도 일부 파괴됐다고 밝혔다.

키이우 인근의 한 산부인과도 러시아군의 미사일에 파괴됐다. 아도니스 산부인과 원장은 페이스북에 포격으로 구멍이 뚫린 병원 사진을 올렸다.

러시아군은 시민들에게 대피 메시지를 발송하는 통신망을 차단하기 위해 키이우의 TV타워(방송수신탑)를 파괴하는 등 민간 시설에 대한 조준 포격도 이어갔다. 이 공격으로 인근 바빈야르 유대인 홀로코스트 기념관도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탈나치화 작전’이라고 주장했던 러시아가 명분을 스스로 훼손한 셈이다.
○ 하루 만에 민간인 1600여 명 사망 추정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등 주요 도시를 포위한 가운데 미국은 일주일 안에 키이우도 고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키이우에서 불과 30km 떨어진 북부 지역에 64km에 이르는 대규모 러시아군 탱크와 수송차량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키이우에서 포위 공성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인명 피해 규모가 시리아 알레포 수준의 악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 일부에서 보급 차질에 따른 사기 저하와 연료 및 식량 부족으로 병사들이 전투를 피하기 위해 항복하거나 군용차량 기름탱크에 구멍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키이우#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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