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우크라 피란민 “400만명 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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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체 인구의 최대 9% 예상
유엔난민판무관 “난민 업무 40년간 이런것 처음봐… 유럽 최대 위기”

베를린 도착한 우크라 피란민들 1일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독일 베를린 중앙역 바닥에 앉아 음식물을 먹고 있다. 이날 베를린 중앙역에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우크라이나인 300여 명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AP 뉴시스
베를린 도착한 우크라 피란민들 1일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독일 베를린 중앙역 바닥에 앉아 음식물을 먹고 있다. 이날 베를린 중앙역에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우크라이나인 300여 명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AP 뉴시스
“매 순간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생각해요.”

우크라이나 여성 아냐 시에미에치키나는 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과 맞닿은 폴란드 도시 프셰미실에서 남편 걱정에 시름이 컸다. 징집 대상인 남편은 우크라이나에 남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시에미에치키나는 아들만 데리고 고향인 우크라이나 중서부 도시 빈니치아를 떠나 열차를 몇 번 갈아타고 33시간 만인 지난달 28일 폴란드에 도착했다. 떠나기 전 고향에서는 하루 두 번 공습경보가 울렸다. 시에미에치키나는 “(러시아군의) ‘폭탄 테러’가 계속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복수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주일째인 1일 현재 주변 국가로 피신한 우크라이나인은 약 83만6000명에 달한다. 이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산가족이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18∼60세 남성에게 징집령을 내린 것도 있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생이별을 감수하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서부 이르샤바를 떠나 헝가리 국경 마을 베레그슈라니에 도착한 빅토리야는 두 딸을 마중 나온 친척에게 맡기고 다시 우크라이나의 남편에게 떠났다. 영국 BBC에 따르면 빅토리야는 “딸들 걱정 말고는 돌아가는 게 두렵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조국을 떠날 수는 없다. 우리는 애국자가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서 양녀와 여섯 살 난 손녀를 차에 태우고 몰도바 팔랑카 국경 검문소에 도착한 50대 여성 아나는 두고 온 남편 이야기에 눈물을 쏟았다. “서방이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꼭 도와주길 바랍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난민 분야 일을 한 40년간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탈출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 유럽 최대의 난민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인구 4400만 명의 9%인 400만 명까지 난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은 17억 달러(약 2조475억 원)를 목표로 구호 기금 모금에 나섰다. 일본도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 후루카와 요시히사(古川禎久) 법무상은 1일 국회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일지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우크라 피란민#생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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