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관 “韓언론-정치인이 반중정서 선동…엄중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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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반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근처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과 중국내 인권탄압 등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중국반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근처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과 중국내 인권탄압 등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주한 중국대사관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9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대해 창끝을 겨누고 반중(反中) 정서를 선동해 양국 국민의 감정에 해독을 끼쳤다(毒化)”고 주장했다.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이는) 중국 누리꾼들의 반격을 초래했다”며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고 엄정한 입장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한국 선수단과 일부 언론이 쇼트트랙에 대해 ‘불공정 판정’ 문제를 제기한 것을 주목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한국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겨울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하고 ‘중국 정부와 체육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멋대로 말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우리는 절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대사관이 개회식 공연 한복 논란에 대해 전날 입장문을 내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존중하라”고 주장한 데 이어 편파 판정 논란에도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 한국 선수들의 석연찮은 실격 판정에 외신들까지 나서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이를 “반중 정서 선동”으로 치부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모든 경기에는 승패가 있다. 우리는 한국 민중의 심정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중국대사관은 “한중 수교 30년 동안 양국 관계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양국 국민 간 우호적 감정은 양측 공통의 귀한 재부(財富)다. 절대 감정적인 언행 때문에 손상돼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양국 관계, 양국 국민 간 우호 감정 촉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한국 친구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믿는다”고 했다.

중국대사관이 이틀 연속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폭발하자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지난해부터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화, 스포츠 갈등으로 반중 감정이 격화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시진핑 체제 유지를 위한 애국주의에 기댄 중국 국내의 혐한 정서도 의식해 한국에 경고하는 입장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인스타그램(@beijing2022)에는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런쯔웨이의 금메달 수상 소식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쯔웨이는 남자 1000m 경기에서 편파 판정 논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직위는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중국 선수들의 메달 수상 소식을 빠짐없이 게시물로 올렸다. 이 때문에 조직위가 런쯔웨이 수상 소식만 제외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날 소셜미디어용 기사를 통해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국회의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보낸 나라다. 미국 일본 등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한 다른 서방 국가들과는 다르다”면서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반응(불만)을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선수단은 이날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의 화상 면담을 통해 편파 판정에 대해 항의했지만 ISU는 “우리 입장은 7일 발표한 결과와 변함이 없으며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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