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간방패’ 삼은 IS 수괴, “사살” 경고뒤 궁지몰리자 ‘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4일 1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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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제거된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는 그의 가족 및 같은 건물에 사는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삼아 미국의 공격을 피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름 애를 썼음에도 다수의 어린이와 여성이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보도, 미국 행정부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3일 오전 1시경 미군 특수부대 수십 명을 태운 3대의 헬리콥터가 알쿠라이시가 살고 있던 시리아 북서부 아트메흐 마을에 도착했다. 터키와 인접한 이 마을은 시리아의 오랜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흩어져 살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 인근 목격자들에 따르면 미군은 알쿠라이시의 3층짜리 단독주택을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대신 미군은 확성기를 통해 “여성과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라”고 수차례 경고했고 “나오지 않으면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알쿠라이시는 이 주택 3층에서 은거하고 있었고 2층에는 그를 지키던 IS 간부가 살고 있었다. 1층엔 IS와 아무 연관이 없고 알쿠라이시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민간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미 당국자는 밝혔다.

이내 약 두 시간에 걸쳐 총성과 폭발음이 오갔고 알쿠라이시는 결국 아내 및 두 자녀와 함께 자폭해 숨졌다. 알쿠라이시를 키지던 IS 간부도 2층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하다가 아내와 함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이 모두 끝나고 현장에 응급 요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6명의 어린이, 4명의 여성을 포함해 모두 13명이 숨진 상태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미군에 지시했고, 미군은 아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공중 폭격 대신 위험성이 높은 특수부대 투입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사상자가 많았던 것은 이처럼 알쿠라이시가 많은 민간인들이 사는 주택에 숨어 거주하면서 공습을 피하기 위해 거의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 브리핑에서 “알쿠라이시는 자신의 집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의 가족들과 1층에 살고 있는 어린이 등 입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군이 이 주택 1, 2층에서 8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의 민간인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리 군의 용맹함 덕분에 이 끔찍한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더 존재하지 않는다”며 알쿠라이시의 제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작전은 테러리스트가 전 세계 어디에 숨더라도 테러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증거”라며 “우리는 당신을 쫓을 것이고 찾아낼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보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자폭한 알쿠라이시를 향해 “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기보다는 가족의 생명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임자가 했던 것처럼 가족들을 데리고 갔다”고 비난했다. 알쿠라이시 전임 IS 지도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도 2019년 미국의 공격에 자폭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알쿠라이시 제거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봤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백악관 참모들을 옆에 두고 가운데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작전 과정을 신속히 공개한 것은 대외적 성과를 강조해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모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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