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솨이 사태는 빙산의 일각…中, 미투운동 여권 활동가들도 잇단 실종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4일 1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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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교수를 성폭행 혐의로 고발했을 때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중국의 여권 운동가 황쉐친(黃雪琴)이 지난 9월 체포됐다. 성폭행 피해 여성들의 신고를 도운 왕젠빙도 함께 구속됐다. 그 이후 둘 다 소식이 끊긴 채 실종됐다.

심지어 몇몇 다른 중국의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고, 그들의 계정이 폐쇄됐다.

중국의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가 이달 초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되자 국제적 공분이 일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펑솨이는 여성들이 직면하는 괴롭힘, 폭력,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는 이유로 실실종고 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온라인에서 괴롭힘과 침묵을 강요당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다.

황세친이 2018년 중국에서 미투 운동 촉발을 도왔을 때 미투 운동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미투 운동이 자신들의 권력 장악에 도전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며 이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단속은 올해 더욱 강화됐는데, 이는 대중 담론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을 제한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합법적인 공공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현재 미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의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활동가 루 핀은 말했다. 그녀는 “중국 사회에는 중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중국에 개입하려는 외국을 위해 일한다며 중국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중국 당국의 비난은 역설적으로 중국 당국이 미투 운동과 여성 인권에 대한 행동주의에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왕젠빙의 가족에게 보낸 통지서를 본 그녀의 동료에 따르면, 황쉐친과 왕젠빙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단체들을 옹호했던 전력이 있고, 국가 권력 전복을 기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가 전복 기도 혐의는 모호하고 종종 정치적 반체제 인사들에게 사용된다.

중국에서는 뤄시시라는 여성이 황세친의 도움을 받아 베이항대학(베이징항공항천대학)의 교수가 제자인 자신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했다고 공개 비난하면서 미투 운동이 확산됐었다. 베이항대학은 이 교수가 직업윤리를 어겼다며 그를 해고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은 처음부터 중국 당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여성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을 지지하는 민족주의자들과 친정부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해 인권 운동가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들 민족주의 인플루언서들은 어떤 증거도 없이 인권 운동가들이 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는 중국이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비난할 때 사용했던 전략이다.

많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불법적이고 국가에 해로운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쇄되고 있다.

중국 국영 TV의 유명 진행자 주쥔(朱軍)의 성추행을 폭로해 중국 미투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저우샤오쉬안(周曉萱)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중국을 떠나라. 너와 같은 땅에서 산다는 것이 역겹다”라는 비난을 받는다. 일부는 저우샤오쉬안에 대해 “외국인들이 사용하고 버리는 화장실의 종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괴롭힘, 폭력, 불평등에 대한 어떤 논의도 대중들로부터 점점 더 사라지게 된다. 저우샤오쉬안은 “소셜미디어마저 봉쇄돼 더이상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권 운동가들은 미투 운동이 결코 닫히지 않을 문을 열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저우샤오쉬안은 미투 운동이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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