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탄소 모범국’ 스페인, 전기요금 1년새 3배로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8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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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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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전기 요금이 1년 새 3배로 급등했다. 탈(脫) 탄소 정책에 따라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이면서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내 전기요금 가격을 고시하는 기관인 이베리아 전력거래소(OMIE)는 18일(현지 시간) 스페인 내 전력 평균 도매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평균 227.45유로(약 31만2600원)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평균가격인 64.61유로 대비로는 3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특히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은 이날 오후 9시에는 ㎿h당 280유로(38만4800원)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전 최고치인 이달 6일 260유로(오후 9시 기준)를 2주도 안돼 갱신하는 셈이다.

스페인의 전기요금이 폭등한 이유는 2050년까지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탈탄소 정책과 연관이 깊다고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스페인은 1990년대 전체 전력 생산 중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이 40%가 넘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탄소 제로 정책에 맞춰 탄광 재정지원 중단과 폐쇄가 진행되면서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5% 수준으로 급감했다.

스페인은 2025년에서 2035년 사이 전국에 설치된 총 7개 원자력 발전소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에서 원자력은 전체 전력 생산의 20%에 달한다. 화력과 원자력은 줄이는 반면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발전은 지난해 기준 22%, 태양광 발전은 6%까지 확대됐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중간과정으로 평가받는 천연가스 발전도 31%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스페인 해안 일대의 바람이 급감하면서 풍력 발전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다. 기상이변으로 바람의 세기와 빈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수입 에너지 비중도 문제가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 에너지의 약 75%가 수입 에너지로 EU 27개 회원국 중 의존도 2위, 유럽 40개국 중에서는 5위(2019년 기준)”라며 “전 세계 에너지 대란으로 해외에서의 에너지 공급이 원활치 않다”고 전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내각은 전력 가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초 전력 회사들에 부과하던 7%의 세금을 잠정폐지했다. 에너지 관세도 기존 5%에서 0.5%로 낮췄다. 후안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마드리드대 교수는 엘파이스에 “아무리 세금을 줄여도 에너지 가격 폭등은 스페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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