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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감시사회 뉴욕’ 9·11의 암울한 유산

입력 2021-09-10 03:00업데이트 2021-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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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영상 찍어 얼굴인식→SNS 자동검색→감청→체포
NYT “첨단 대테러장비 사용 일상화”… 관련예산 15년전보다 4배 이상 증가
뉴욕 경찰, 9·11 관련 수백 명 희생… “죄책감-분노, 과잉대응 낳아” 분석
미국 뉴욕에 사는 데릭 잉그램은 지난해 8월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도중 확성기를 사용해 매우 큰 소리로 말을 해 경찰관의 청력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뉴욕 경찰은 시위 현장에 드론을 띄워 영상을 찍은 뒤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로 시위 참가자들을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잉그램의 얼굴 사진을 찾아내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통신을 감청한 뒤 한밤중에 그를 체포했지만 그는 나중에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에서 경찰이 첨단 대테러 감시 장비들로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테러 이후 뉴욕 시민들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차량 번호판 자동 판독기, 이동식 엑스레이 밴, 드론 같은 감시 도구를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NYT는 “이 도시의 가장 암울했던 나날이 남긴 거대한 유산”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뉴욕 경찰의 정보 수집과 대(對)테러 관련 예산은 2006년 8300만 달러(약 971억 원)에서 올해 3억4900만 달러(약 4085억 원)로 늘었다. 뉴욕 경찰은 사람의 사진이나 그림, 숫자, 텍스트 등 각종 이미지를 인식한 뒤 자동으로 관련자들의 집 주소 등 신원 정보와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 경찰의 ‘대테러’식 치안의 이면에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9·11테러 당일 23명의 뉴욕 경찰관이 숨졌다. 이후에도 수년에 걸쳐 9·11 관련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수백 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 NYT는 “그날의 공격이 뉴욕 경찰을 얼마나 깊숙이 바꿔놨는지는 형언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동료를 잃은 분노가 현재의 과잉 대응 체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에서 대테러 임무를 맡았던 칼로스 페르난데스 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도시가 직면한 모든 위협들과 그 모든 것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 그 사이에서 경찰과 우리는 정말 힘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뉴욕에서는 각종 첨단장치를 이용한 치안 활동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시민자유연합은 “과거에는 경찰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지점을 지도에 표시했지만 9·11테러 이후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가 폭증해 더 이상 지도에 표시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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