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눈 빼고 다 가려라”…여성 대하는 탈레반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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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6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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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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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여대생들의 복장과 수업 방식 등을 규정하는 새로운 교육 규정을 발표했다. 여성의 교육과 취업기회 등을 요구하는 아프간 여성들의 시위가 카불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여성들을 억압하는 정책을 공식화하고 있다.

AFP통신은 5일(현지시각) 탈레반 교육당국이 4일 아프간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교육 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당국이 새롭게 마련한 규정을 기반으로 아프간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착용해야 한다. ‘아바야’는 얼굴을 제외하고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이다.

탈레반은 수업도 남녀를 분리해 진행하도록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분리가 어렵더라도 최소한 커튼을 쳐 남·여의 공간을 구분해야 한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마주치면 안되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도 남학생들이 건물을 떠날 때까지 교실에 머물러야 한다. 출입구 또한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

여학생은 여교사에게만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여교사 고용이 어려울 경우 교단에 섰던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이 법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첫 번째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 대학들에 적용된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했을 당시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을 철저히 금지한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이 법령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계획”이라며 “우리는 여교사나 여학생들을 구분할 수 있는 교실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학생들의 학교 및 대학 진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조치를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온건한 정책을 내걸며 민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도 보장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탈레반은 교육과 취업 기회를 규제하는 등 여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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