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목숨 구한 아프간 통역사도 탈출 실패…“구해달라”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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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홈피 캡처
WSJ 홈피 캡처
13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가 조난당했을 때 그를 구한 아프간인 통역사가 끝내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역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과 가족을 구해달라고 구호 요청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2008년 2월 21일 바이든과 존 케리, 척 헤이글 등 3명의 상원의원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가 아프간 산악지역에서 눈폭풍을 만나며 비상 착륙을 했다. 이후 전직 군인 등으로 이뤄진 사설 보안팀이 인근의 탈레반 대원들을 감시하면서 바그람 공군기지에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 때 기지에 있던 미군 통역사 모하메드는 구조팀에 합류, 군용차량 험비에 몸을 싣고 수시간을 달려 이들을 찾아내 안전하게 구조했다. 당시 36세였던 모하메드는 미군과 함께 100여 차례 전투에 동행하는 등 희생정신이 남달라서 미군들도 각별히 그를 신뢰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수년 간 아프간을 떠날 생각을 하던 모하메드는 탈레반의 이번 공습을 계기로 제대로 된 탈출 기회를 모색했다. 자신이 일하던 방위산업체에서 관련 서류들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비자 신청이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 그냥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아내와 네 자녀를 데리고 공항으로 향했지만 본인은 출국이 가능해도 가족은 안 된다는 미군의 말을 듣고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탈출이 어렵게 된 모하메드는 지난달 30일 WSJ을 통해 “안녕하세요. 바이든 대통령님. 저와 가족을 구해주세요. 여기 있는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2008년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 헬기사고를 자주 언급하며 자신의 해외 경험을 유권자들에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알카에다가 어디 사는지 알고 싶다면, 오사마 빈 라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나와 함께 헬기가 착륙한 산속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당시 모하메드와 일했던 참전용사들은 의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육군에 복무했던 숀 오브라이언은 “단 한 명의 아프간인만 도울 수 있다면 그를 선택하라”고 호소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WSJ 기자가 낭독한 모하메드의 메시지를 듣고 “우리 편에서 20년 동안 싸워주고, 눈폭풍에서 사람들을 구해준 것 등 모든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당신을 구출할 것이고 당신의 공로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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