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불확실해요”…의사 되고픈 아프간 소녀의 걱정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7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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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 아래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내일도 불확실해요.”

카불에 살고 있는 소녀 살지 바란(18)은 의사가 꿈이다. 올해 아프간 대입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해 카불의 의과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점령 이후 앞날 걱정이 앞선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통해 바란의 소식을 전했다.

바란은 아프간 동부 시골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그곳은 20년 간의 국제개발원조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가 여전히 부족한 곳이다.

바란은 7살 때 당뇨병에 걸린 아버지가 의사가 인슐린을 과다 투여해 숨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바란은 자신은 실수하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바란의 가족은 2015년 카불로 이주했다. 당시 카불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덜 받았다. 가족들은 바란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결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전 치러진 올해 대입시험에서 17만4000명의 수험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의대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바란과 그의 가족은 당장 벌어지고 있는 아프간 탈출 행렬에 동참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바란은 인터뷰에서“과거 정부에서는 목표가 있었다. 몇 년 동안 모든 것을 계획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은 두렵지 않지만 제 미래가 걱정된다”며 “그들이(탈레반) 제가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2001년 미국의 진출 전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 인권 침해를 겪어왔다.

여성들이 학교에 다니거나 집 밖에 나가 일하는 것이 금지됐다. 남자 친척과 동행해야만 외출이 가능했다. 또 신체 전부를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만 했다.

탈레반이 실권한 이후부터는 점차 나아졌다.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을 볼 수 있었고 의회와 정부,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탈레반 재집권 후 과거의 여성 인권 탄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탈레반은 기자회견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과 소녀들이 일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특히 이슬람 율법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처럼 탈레반이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할 지 여부 자체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대다수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일하고 공부하지만 탈레반은 부르카를 고집하거나 남학생과 여학생을 위한 별도 교실을 고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고등교육을 감독하는 탈레반 압둘 바키 하카니는 여성들이 적절한 시설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반면 탈레반의 또 다른 관리 모하마드 칼리드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에 혐오감을 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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