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女기자 “여성들의 성취 다시 원점” 절망의 눈물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8-18 03:00수정 2021-08-18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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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점령]살해 위협 피해 美로 온 카리미 기자
“탈레반이 다시 돌아올줄은 몰랐다”
美대변인 “당신의 고통 이해한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나지라 카리미 아리아나TV 기자가 16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고국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수많은 성취를 이뤘는데 이제 다시 원점이다. 우리는 옛날로 돌아갔다.”

나지라 카리미 아프간 아리아나TV 기자가 16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울먹이며 탈레반이 장악한 고국의 상황에 절망했다.

그는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에게 질문하던 중 “나는 아프간 출신이다. 하룻밤에 탈레반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쓴 마스크에 그려진 아프간 국기를 가리키며 “이게 나의 국기다. 탈레반이 나의 국기를 가져가고 자신들의 깃발을 내걸었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하는 내내 흐느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카리미는 1990년 아프간에서 기자가 됐다. 그는 탈레반의 여성 억압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탈레반은 수년간 그의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견디다 못한 카리미는 남편과 함께 파키스탄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영국 BBC 특파원으로 일하며 탈레반의 잔학 행위를 계속 보도했다. 이후 파키스탄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그와 남편, 아이들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가 떠난 후 탈레반은 아프간에 남은 카리미 오빠의 발목을 잘라 보복했다. 카리미 어머니와 여동생은 탈레반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 후 아프간에 있던 카리미의 가족 16명은 탈레반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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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5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돈을 챙겨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망간 것을 두고 “탈레반에 맞서 함께 싸우자던 우리 대통령은 대체 어디 있는가”라며 “국민은 대통령이 함께 싸울 줄 알았는데 도망쳤다”고 분노했다.

커비 대변인은 카리미가 말하는 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짓거나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나도 가니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다만 당신들의 불안, 공포, 고통을 이해한다. 그건 확실하고 명백하다”고 위로했다. 또 “여기 펜타곤의 누구도 최근 며칠간의 상황을 편하게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언론인 수백 명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1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아프간에 있는 기자들의 탈출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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