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권고에 이어 ‘재택근무’시 임금 삭감?…美 IT기업의 ‘실험’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8월 13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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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전경 ⓒGettyImagesBank
구글 전경 ⓒGettyImagesBa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의 거대 IT기업 구글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백신 접종에 따른 출근 여부에 이어 재택근무 직원들의 임금 삭감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BBC코리아에 따르면 구글은 재택근무 시 경제적 효과를 계산할 수 있는 급여 계산기 ‘워크 로케이션 툴(Work Location Tool)’을 개발했다.

이 툴을 바탕으로 재택근무를 택한 직원들은 기존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해 평소보다 줄어든 임금을 받게 된다.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삭감 폭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렸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면 임금이 10% 삭감되는 식이다. 당사와 같은 도시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는 변경되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은 이러한 새 임금 체계를 미국 내 직원에게 우선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들 불만…“임금 삭감, 사기 저하로 이어질 듯”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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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독보적인 행보가 발표되자 이에 대한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제이크 로젠펠드 사회학과 교수는 BBC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구글이 급여를 꼭 삭감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구글은 (이제껏) 원격 근무를 택한 이들에게 동일한 급여를 줄 수 있었기에 그만큼 여유가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되레 의문을 제기했다.

또 고용법 전문 로펌 CM 머레이의 엠마 바틀렛 파트너 변호사는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동의 없이 계약을 종료하거나 재협상하지 않고 급여율 같은 계약 사항을 변경할 수 없다”라며 “오히려 급여가 삭감된다면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구글의 한 직원은 “최근 승진 때 올라간 임금만큼 깎인다”며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열심히 일해서 승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씁쓸해했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 일부 기업은 이미 직원 임금 체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은 물가가 싼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고 있다.

백신 접종 권고에 이어 새로운 임금 체계까지. 올해 초 국내 대기업의 ‘노조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미국 실리콘밸리이기에 이번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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