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0만명 사망 우려”…미얀마 군부 “불경 외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1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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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의료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미얀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군부정권이 시민들에게 불경을 외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쫓아내라고 촉구했다. 승려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경이 아니라 산소통”이라고 비판했다.

20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군부가 운영하는 한 신문에 미얀마 종교문화부가 낸 공고문이 실렸다. 이 공고문은 시민들을 향해 “기근과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라타나경(불경의 일종)을 집에서 암송하라”고 권고했다. 또 “승려 모임 등 각 지역의 불교 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마을에서 불경 암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 군부는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승려들이 군부 정권을 규탄하며 불경을 외자 승려들을 욕하고 폭행했다. 승려를 탄압한 군부가 이제는 승려들에게 ’불경 암송‘ 캠페인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라와디는 “불교는 살생을 큰 죄로 여기는데 쿠데타 이후 어린이들을 포함해 900명 이상을 죽인 군부가 이제는 불경을 외우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보건부는 19일 미얀마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860명, 사망자는 286명이라고 발표했다. 누적 확진자는 24만570명, 누적 사망자는 5567명이다. 사망자 대부분은 의료용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가 군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는 “실제로는 매일 2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와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것 같다”며 “효과적인 조치가 없다면 많게는 4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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