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회식 나흘앞 음악감독 사퇴… 바람 잘 날이 없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7-21 03:00수정 2021-07-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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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장애인 동급생에 가혹행위”
과거 인터뷰서 밝힌 내용 문제 돼… 조직위 “개막 촉박” 미적대다 해임
4분 분량 개회식 음악 긴급 교체… 조직위원장-총괄디렉터 이어 3번째
내부서도 “저주받은 올림픽” 탄식, 도요타 이어 개회식 불참 기업 속출
일본 도쿄 올림픽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대회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둔 19일 개회식 음악감독 오야마다 게이고 씨(52)가 사임했다. 과거 동급생을 ‘이지메(집단 따돌림)’ 한 것에 대해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앞서 여성 비하 논란으로 2월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이, 3월엔 개·폐회식 총괄책임자가 물러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조직위 관계자들이 ‘이번 (도쿄) 대회는 저주받았다’며 탄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야마다 씨는 19일 트위터에 “조직위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여러분에게 질타를 받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학창 시절 장애인인 동급생을 이지메했다고 스스로 밝혔던 1994년과 1995년의 잡지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그는 동급생 2명한테 억지로 옷을 모두 벗게 하거나, 배설물을 먹게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털어놨다.

조직위가 14일 올림픽 개회식 음악감독 4명 중 한 명으로 오야마다 씨를 선임하자 인터넷에서는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양성과 조화’를 기본 이념으로 내세우는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야마다 씨가 16일 공식 사과문을 트위터에 올렸지만 장애인 단체가 조직위에 설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AP통신, BBC 등 해외 언론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조직위는 애초 개회식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야마다 씨 해임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비판이 커졌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개회식 이미지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조직위에 압력을 가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전했다. 조직위는 19일 오야마다 씨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또 오야마다 씨가 맡았던 4분 분량의 개회식 오프닝 음악도 삭제하고 다른 음악으로 바꾸기로 했다. 도쿄 올림픽 관련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던 인기 그림책 작가 사이토 노부미 씨(43)도 20일 활동 중지 의사를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과거 저서 등에서 선생님을 이지메하고 선천성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인터넷에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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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2월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라는 발언으로 ‘여성 멸시’ 논란을 일으킨 모리 요시로 당시 조직위원장(전 총리·84)이 사임했다. 한 달 후엔 여성 연예인을 돼지로 분장시켜 개회식에 등장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개·폐회식 총괄책임자 사사키 히로시 씨(67)가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사사키 씨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회식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 분장으로 깜짝 등장하게 하는 연출을 지휘했다.

도쿄 올림픽과 거리를 두려는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도쿄 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 도요타자동차가 올림픽 개회식 불참 의사를 19일 밝힌 데 이어 다른 후원사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NTT, NEC, 후지쓰 등 후원사들도 개회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일본항공(JAL)은 불참을 검토 중이다. 도쿄신문은 “각 회사는 개회식이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것을 불참 사유로 들고 있지만 올림픽 개최에 뿌리 깊은 반대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사장이 개회식에 참석할 경우 소비자 반발이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등 3대 경영자 단체 수장들도 개회식에 초대받았지만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올림픽#음악감독#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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