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 中 방문 빠진 이유는?…FT “중국 모욕에 중단”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16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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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카운터파트너 2인자 대신 5인자 회담 역제안
"앵커리지 수모 보복""의례적 기싸움" 분석도
"셔먼 아시아 순방 중 中 방문 가능성 열려 있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18일~25일 일본과 한국, 몽골을 차례대로 순방하는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중국 방문 일정이 빠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미·중의 외교적인 교착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고위 관리를 모욕했기 때문”이라고 익명의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은 미 국무부 2인자인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너인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담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퇴짜를 놨다.

중국은 대신 중국 외교부 5인자인 셰평 외교부 부부장과 만날 것을 역제안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는 화상으로 면담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급’이 맞지 않는 인사와의 회담을 제안함으로써 모욕을 준 것이다. 이에 미국은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을 중단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3일 셔먼 부장관이 톈진에서 셰 부부장과 회담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지난 3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을 최초 보고한 곳이기도 하다.

이 보도로 4개월 만의 미·중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15일 셔먼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하면서 결국 중국 방문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미·중 간 ‘기싸움’ 과정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출범 후 대중 견제 압박 정책을 강화했다. 동시에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공통 과제에 대해선 협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주시하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올해 초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중국 군 최고위 당국자인 쉬치량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의 통화를 요청했을 때에도 이를 여러 차례 거부했다. 이 때에도 오스틴 장관의 카운터파트너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교착 상태는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이후 지속되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틀 간의 회담 후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중국에서 후속회담을 원한다고 개인적으로 밝혔지만 블링컨 장관은 이에 대해 “감사하다”고 사의만 표했다. 양 부장은 이것이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인지‘를 확인했으나 블링컨 장관은 ”감사하다는 의미는 감사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셔먼 부장관에 대한 푸대접이 앵커리지 회담에서 겪은 수모 때문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한 중국 전문가는 ”앵커리지에서 존경이 부족했던 미국을 벌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의례적인 기싸움이란 해석도 있다.

미 국무부에서 중국 전문가로 있었던 브링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해스는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 의전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미·중 간에 흔한 일이라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유형의 의전은 고위 공직자가 도착할 때쯤 저절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 역시 ”우리는 중국 방문 가능성에 대해 ’진행 중인‘ 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면 오는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가능성도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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