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처럼 뜨거워진 호수…알고보니 비트코인 채굴이 원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6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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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북부의 세네카 호수가 호숫가에 위치한 비트코인 채굴회사 ‘그리지니 제너레이션’ 때문에 온천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갑자기 뜨거워졌다고 NBC방송 등이 5일 보도했다.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고성능 컴퓨터를 오랫동안 돌려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전기가 쓰인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가 남미 칠레의 연간 전력량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니지는 8000대에 이르는 컴퓨터를 매일 24시간씩 돌리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채굴공장 부지는 원래 석탄발전소가 있던 자리였다. 그리니지를 소유한 유명 사모펀드 아틀라스가 2014년 폐쇄된 발전소를 인수했고 그리니지가 2019년부터 이를 비트코인 채굴에 쓰고 있다.

그리니지는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1년간 개당 2869달러(약 33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총 1186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이렇게 채굴한 비트코인은 약 12배 비싼 개당 3만4000달러에 거래된다. 그리니지는 채굴용 컴퓨터를 1만 대 이상으로 늘리고 올해 중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최근 그리니지를 찾아가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역 환경단체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본 테일러 씨는 “가상화폐 채굴은 뉴욕주, 미국, 지구 전체에 끔찍한 사업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주민들은 “호수에 들어가면 온수가 가득한 욕조에 있는 느낌이다” “그리니지 공장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으면 30개 안팎의 뉴욕주 내 다른 발전소들도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할 것”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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