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금리인상 시계…美 FOMC “2023년 말까지 2번 올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7일 0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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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침내 금리인상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적어도 2023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두 번 이상 올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인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연준은 현재 12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며 긴축의 첫 스텝을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16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째 제로금리를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날 금리 결정보다 연준이 향후 금리 전망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쏠렸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정상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 2023년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18명의 위원 중 13명은 2023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고, 그 중 대부분인 11명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점쳤다. 위원 7명은 당장 내년에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준은 3개월 전 회의 때는 18명 중 불과 7명만 2023년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2022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4명에 그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분명히 진전을 봤다”며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시계가 발표되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연준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통화정책 정상화가 머지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은 작년 팬데믹 발발 이후 1년 이상 끌어온 제로금리 시대도 무한정 지속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FOMC 이후 별도로 발표한 자료에서 성장률과 물가 등 경제지표 전망치를 대거 높여 잡았다.

가장 관심이 컸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 3월의 2.4%에서 3.4%로 1.0%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또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종전의 6.5%에서 7.0%로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개인 소비와 기업 생산 등 그동안 억압됐던 경제활동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 재가동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게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백신 접종의 진전은 정상적인 경제 상황으로 복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는 팬데믹 이후 단골처럼 들어가던 비관적인 표현이 사라지고 긍정적인 진단이 대거 담겼다. 연준은 지난 성명에서는 “팬데믹이 미국과 세계경제에 엄청난 고통을 유발한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이날은 “경제활동 지표가 강화됐고, 팬데믹에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았던 부문도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회복 속도가 작년부터 계속된 경기부양 기조에 제동을 걸게 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경제팀 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약간의 금리인상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면서 사실상 연준을 압박하기도 했다. 연준 안에서도 FOMC 일부 위원들이 올 4월 말 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이미 제안한 바 있다.

연준이 언제쯤 긴축 행보를 단행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FOMC 위원들의 점도표를 보면 2023년에 금리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전체 18명 중 13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물론이고, 당장 2022년 인상을 점치는 위원도 7명으로 숫자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짙어지고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빨리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준은 이날도 최근의 물가상승세가 백신 효과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을 유지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경제지표를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일자리 증가세가 주춤하고 실업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것도 부양 기조를 계속 이어갈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을 2023년 초로 가정한다면 그보다 1년 정도 앞서서 테이퍼링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은 현재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연준은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채권 매입 규모를 앞으로 천천히 줄여나간 뒤 나중에 결국 금리를 올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사인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팀장은 “테이퍼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려면 10개월 내지 1년은 소요된다고 봐야 한다”며 “2023년에 금리 인상을 한다면 아마도 올 연말에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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