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들, 中일대일로 맞서 ‘B3W’ 인프라 투자 합의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박효목 기자 , 콘월=공동취재단 입력 2021-06-14 03:00수정 2021-06-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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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戰後 마셜플랜 규모 넘어서”
공동성명에 “中 강제노동 우려” 포함
中 “소수의 사이비 다자주의” 비난
英공군 축하비행 관람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주 카비스베이 상공에서 영국 공군 특수비행팀 ‘더 레드 애로’가 펼친 축하 비행을 관람하고 있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문 대통령에게 “한국에도 레드 애로 같은 비행단이 있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국제대회에서 1위를 수상한 블랙이글스가 있다. 우리 이글스팀은 하늘에 글씨도 쓰고 G7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 총리실 제공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추진에 합의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과 랜섬웨어 위협, 부패에 반대하며 그 척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과 홍콩, 대만해협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현안들이 모두 언급됐다. 서구 선진국들이 단합해 대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전선을 강화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결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G7 회원국 정상들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으로 불리는 글로벌 인프라 계획 추진에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더 나은 재건’에서 따온 명칭으로, 선진 부국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맞서 내놓은 첫 대안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B3W 계획의 규모는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그 규모와 야심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진행했던 ‘마셜 플랜’을 크게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G7에 속한 민주주의 부국들이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2일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소수 국가들이 세계적인 결정을 내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작은 집단이나 정치 블록의 이익을 위한 것은 사이비 다자주의”라고 비난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불가역적인 포기를 촉구하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G7성명 “中,신장-홍콩 권리 존중해야”… 견제 공동전선 재확인

“한반도 완전비핵화-北핵포기 촉구”
바이든, 각국 정상들에 행동 요구… 한때 목소리까지 높이며 역설
美, 中견제 ‘B3W’ 석달 공들여 “개발도상국에 40조 달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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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이른바 ‘신(新)실크로드 전략’으로 불리는 글로벌 경제협력 구상으로, 중국 서쪽으로 내륙과 해상을 각각 잇는 경제벨트를 구축해 주변 국가들과의 경제, 무역 협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아프리카와 유럽, 동남아 등지의 100여 개 국가가 2600건에 이르는 철도와 항구, 고속도로 건설 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3조7000억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중국이 투자라는 명목을 앞세워 막대한 인프라 건설 비용을 빌려준 뒤 이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저개발 국가들을 사실상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중국의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G7 정상회의가 열리기 석 달 전인 3월부터 B3W 구상을 유럽 주요국들에 제안하며 이를 집중적으로 추진해왔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권 문제나 군사 분야를 비롯한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동맹과의 협력 및 연대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B3W가 환경, 반(反)부패, 자유로운 정보의 유입과 소통 등을 기반으로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은 12일 참고자료에서 B3W가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임을 앞세우며 “가치에 기반을 둔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한 40조 달러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7 국가들은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중국은 신장 지역과 홍콩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신장 지역에서 행해지는 강제노동을 겨냥해 “농업과 태양광, 의류 분야의 공급망 및 취약계층과 소수민족에 대해 행해지는 정부 차원의 강제노동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런 강제노동을 모든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거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그 수위와 표현을 놓고 마지막까지 G7 정상들 간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더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주장하는 데 맞서 독일, 이탈리아 등이 베이징과의 투자 및 교역에 미칠 피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2019년 G7 국가로는 가장 먼저 일대일로에 참여해 20여 개 공동 프로젝트 계약에 서명한 국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G7 정상들에게 행동에 나설 필요성과 함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상회의에 담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과정에서 한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또한 공동성명 최종 검토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더 강한 압박을 요구했다. 의견 충돌이 첨예해지면서 회의장 내부에는 인터넷이 차단되기도 했다. 외부의 여론에 동요하지 않고 회의에 집중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신장위구르, 홍콩, 코로나19,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담긴 G7 정상성명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G7 회원국이 아니라 초청국 정상이라 정상성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참석한 확대정상회의인 ‘열린 사회와 경제’ 세션에서도 중국 압박 성격이 강한 ‘열린 사회 성명’이 채택됐다. 문 대통령과 G7 정상들은 성명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정상회의) 참여국들이 공유하는 열린 사회의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할 것을 결의한다”며 “이 가치들을 확산해 세계가 열린 사회의 혜택을 포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반도와 관련해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포기를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박효목 기자 / 콘월=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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