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기술 버블’ 논쟁
천문학적 비용 쏟는 AI 기업
닷컴 버블과 유사한 양상
유용한 용례 개발에 주력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의 인공지능(AI) 열풍은 합리적인 투자일까, 아니면 장밋빛 신기루일까. AI 버블을 둘러싼 논쟁이 경영 현장의 중심에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AI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수익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DBR 436호(2026년 3월 1호)는 혁신 전략 전문가인 앤디 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비롯해 글로벌 석학들의 통찰과 최신 시장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AI 버블 논쟁의 핵심 쟁점을 요약, 소개한다. ● 엇갈리는 AI 기업 투자 동향
올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4사가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금액은 약 6600억 달러다. 2025년 대비 60% 급증한 수치로 대한민국 정부의 한 해 예산을 뛰어넘는다. 특히, 올 2월 구글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인프라 등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10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해 큰 화제를 모았다. 오랜 기간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도박수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이 채권을 구매하기 위한 경쟁률은 무려 9.5 대 1에 달했다. 한편으로는 클라우드, 광고, 콘텐츠를 아우르는 구글의 견고한 생태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결단이라는 분석이 맞섰다.
반면 올 2월 오픈AI는 2030년까지 자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금을 약 6000억 달러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발표한 수치(1조400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가운데, 이러한 발표는 AI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의사결정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오픈AI에 투자를 약속한 엔비디아는 당초 1000억 달러의 장기 출자를 구상했지만 300억 달러 규모의 단순 지분 투자로 그 규모를 축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 약한 수익성-인프라가 리스크
AI 버블론에 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 교수는 기술 버블의 핵심이 ‘가치 창출(Create)’과 ‘가치 포획(Capture)’의 불일치에 있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말 ‘펫츠닷컴’의 창업자는 반려동물 사료 배송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결국 실패했다. 펫츠닷컴의 아이디어는 약 20년 후 물류, 결제 등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추이’를 통해 실현됐다. AI 역시 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은 높으나,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포획’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높다.
특히 우 교수는 AI의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변동비를 강조했다. 질문에 응답하거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AI를 사용하는 작업에는 전기료를 비롯한 비용이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오픈AI는 2030년까지 이러한 추론 비용으로 15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현재의 구독형 사업 모델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변동비가 제로(0)에 가깝던 소프트웨어 시대와 달리, AI는 사용량이 늘수록 수입보다 비용이 커진다. 올 3월 오픈AI의 영상용 생성형 AI ‘소라(Sora)’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배경 중 하나도 막대한 연산 비용 탓이었다.
수익 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인상은 곧 고객 이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챗GPT의 유료 구독 비중은 5% 수준으로, 약 4억 명에서 한계에 부딪힌 넷플릭스와 MS365 등 구독 서비스의 사례를 볼 때 구독 모델의 확장성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B2B(기업 간 거래)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한 기업은 5%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향후 AI 비즈니스 모델이 ‘사용량 기반 과금(Pay-as-you-go)’으로 전환될 것이라 전망된다. AI 작동에 필요한 자원에 비례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파울루 카르방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역시 현재의 AI 발전이 닷컴 버블과 흡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AI의 발전을 결정하는 토지, 노동, 에너지 등 ‘AI 삼각축(AI triad)’이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려운 인프라 성격의 요소라는 점, AI 생태계 내 AI 기업, 하드웨어 기업, 데이터 기업 등이 투자와 거래를 통해 서로의 자본을 주고받으며 시장 가치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 외에도 AI 칩으로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감가상각 주기가 길게 설정돼 실제 신제품의 성능이 개선되는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기업 가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도 AI 버블론을 뒷받침한다.
● 비판적으로 가치 고민해야
이에 학습 기술 기업 ‘필터드닷컴’의 마크 자오샌더스 최고경영자(CEO)는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기업 리더들에게 “외부의 연구 결과나 기사 헤드라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체적인 지표를 추적하라”고 조언하며 AI로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WAU)는 8억 명에 달하고 직장인들의 활용률도 급증했으나 사용 패턴은 글쓰기, 학습 등 소수 용례에 편중돼 있었다. 이러한 용례에서부터 AI 사용성의 확장과 가치 실현을 고민하는 것이 AI 전환의 현명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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