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바이든, 입맛은 ‘다섯 살’…집무실에 사탕-쿠키 더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14시 45분


‘오전 9시30분: 영부인과 비디오 촬영/ 오전 9시45분: 집무실로 이동/ 9시50분: 론 클레인 비서실장과 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피츠버그에서 연설할 때 양복주머니에서 꺼내들었던 메모지의 뒤편에 적혀있던 하루 일정의 일부다. 5분 단위까지 빽빽하게 짜여진 스케쥴은 바이든 대통령의 분주한 하루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고 그가 일에만 매몰돼 있지는 않다. 그는 백악관의 잔디밭에서 애완견들과의 산책을 즐기고, 집무실 책상에 쌓아놓은 사탕이나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으로 군것질을 즐기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7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일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매일 오전 9시 집무실에서 일을 시작해 저녁 7시에는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저녁을 함께 먹는 일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흐트러뜨렸던 백악관 생활을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바이크 프로그램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TV를 좋아하지 않지만 CNN방송 ‘뉴데이’나 MSNBC방송의 ‘모닝 조’ 같은 아침 프로그램은 챙겨본다. 오전 주요뉴스가 정리된 자료 파일(The Bulletin)도 매일 아침 그에게 전달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죽가방과 서류들을 챙겨들고 1층 집무실로 내려온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정보기관이 올리는 일일 정보브리핑을 받는 것이다. 이후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과 마이크 도닐런, 아니타 던, 스티브 리체티 백악관 선임고문 같은 참모진과 함께 국정을 논의한다. 그는 특히 도닐런 고문에게 “자네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고 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과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주일에 한 번씩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점심식사를 한다. 자신이 부통령이던 시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하던 대로 정기 오찬회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메뉴로는 구운 치킨을 올린 샐러드를 자주 찾고, 오렌지 게토레이와 제로 콜라도 자주 마신다. 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집무실 책상엔 사탕(salt water taffy)과 초콜릿칩 쿠키가 올려져 있다. 회의 중 출출해지면 프로틴 바나 땅콩잼 샌드위치를 찾는다고 한다. 한 오랜 참모는 WP에 “바이든의 입맛은 다섯 살짜리”라고 전했다.

여유가 생길 때면 로즈가든이나 사우스론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반려견인 챔프 및 메이저와 놀아주는 모습도 포착된다. 밤에는 국민들이 쓴 편지를 읽어보고 이들과 직접 만나는 일정을 잡기도 한다. 예고도 없이 백악관 직원들을 찾아가 격려하거나 직원의 부모에게 직접 생일 축하 전화를 하는 등 사람들을 챙기는 데에도 신경을 쓴다.

가족을 중시하는 그는 중요한 회의를 하다가도 손주들에게 전화가 오면 꼭 받는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질 여사가 출장 중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한다. 자녀들이 살고 있는 윌밍턴을 주말에 찾은 횟수는 취임 이후에도 9번이나 된다. 손목에는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가 차고 다니던 묵주를 차고 다닌다. 마약 중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아들 헌터에게는 잠들기 전 문자를 보내 안부를 확인한다. ‘올빼미’라고 불리는 그는 취침 전까지 업무 보고서들을 읽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공식 일정이 하루에 2, 3개 정도이다 보니 “느슨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같은 에너지가 없다”며 78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체력을 깎아내렸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광적인 과잉행동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견실함이 낫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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