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외신 입주 건물도 폭격…“충격과 공포”

뉴시스 입력 2021-05-16 09:06수정 2021-05-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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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알자지라 등 입주 고층건물
1시간 전 타격 경고…직원 등 피신
이스라엘군 "하마스 군사자산 배치 건물"
외신들 "가자지구 보도 방해 목적" 비판
백악관 "언론·기자 안전 보장 직접 요청"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외신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 파괴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에 있는 12층 건물이 무너졌다. 이 건물엔 미국 AP통신 사무실과 카타르 국영 방송 알자지라 사무실 및 주거용 아파트 등이 있다.

이 고층 건물은 미사일 3발에 거대한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게리 푸르잇 AP통신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공격에 대해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AP는 이 건물 꼭대기층 사무실과 지붕 테라스는 지난 2009년·2014년을 포함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을 취재한 가장 중요한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도시와 인근 지역이 파괴되는 것을 24시간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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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잇 CEO는 “오늘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로 전 세계는 더 많은 뉴스를 접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내 AP통신국과 다른 언론사를 공격하고 파괴할 것이란 사실에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알자지라도 트위터를 통해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50초 동안 공개했다. 이를 중계한 알자지라 앵커는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군은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가 정보 수집, 통신 및 기타 목적을 위해 ‘군사 자산’을 이 건물 안에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언론사를 방패로 삼았다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AP는 지적했다.

이스라엘 군은 또한 “이스라엘 군은 며칠 동안 이러한 건물을 공격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공격 전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실제 AP통신은 공격 1시간 전 건물 소유주가 전화로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건물을 타격할 것이란 통보를 받았으며 이에 자사 직원과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즉시 대피했다고 전했다.

푸르잇 CEO는 “우리는 하마터면 끔찍한 인명 피해를 입을 뻔했다”며 “AP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고 미 국무부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가 방송한 영상에는 건물 소유주가 이스라엘 군 당국에 기자들이 주요 장비를 챙겨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호소하는 장면도 담겼다.

건물주는 이스라엘 군과의 전화 통화에서 “4명이 안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허락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10분만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요청은 거절 당했고 이에 “당신은 우리의 일과 기억들, 삶을 파괴했다. 전화를 끊을 테니 마음대로 하라”며 “신은 존재한다”고 비난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번 공격에 대한 “세부적이고 문서화 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군이 외신들이 입주한 것으로 익히 알려진 건물을 공격한 것은 가자지구 상황에 대한 보도를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언론 시설을 겨냥했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에 언론과 기자의 안전 보장을 요청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기자와 독립 언론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이스라엘에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강도 높은 비난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현재까지 내가 본 바로는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은 없었다”고 하는 등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 진보파는 무력 충돌 원인과 민간인 희생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태를 촉발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난민 강제 추방은 유예할 것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내전 상황을 방불케 하는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무리하게 강제 추방하고 이슬람의 세 번째 성스러운 장소인 알아사크 모스크에서 항의 시위대와 충돌한 뒤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감행하자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팔레스타인에선 어린이 39명과 여성 22명을 포함해 139명이 숨지고 950여 명이 다쳤다. 요르단강 서안에선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에선 6세 소년과 군인 1명을 비롯해 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유대인과 아랍인 간 적대감이 극에 달하면서 이스라엘 곳곳에서 폭력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14일엔 텔아비브에서 누군가 아랍인 집에 화염병을 던져 12세 소년이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졌고 10세 소녀는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휴일인 15일 오전에도 가자지구 난민촌 3층 주택을 전투기로 폭격해 어린이 8명과 여성 2명 등 일가족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희생자들은 가족·친척과 함께 ‘이드 울피트르’(라마단 금식 기간이 끝나고 여는 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가 폭격을 당했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는 5개월 된 아들 뿐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날 새벽엔 전투기 160대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 하마스 무기 수송로 450여 곳을 타격했다. 40여 분간 80여t에 달하는 폭발물을 투하했다.

이스라엘 군이 지난 10일부터 가자지구에 퍼부은 로켓은 2300발에 달한다.

유엔은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피난민이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의 공급 중단과 공습으로 인한 시설 파괴로 전기와 식수난도 가중되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가 매일 8시간~12시간 정전을 겪고 있으며 최소 23만 명이 수돗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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