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계 뉴욕시장 탄생할까…백인-흑인-아시안 3파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14시 45분


폴리티코 화면 갈무리
폴리티코 화면 갈무리
6월 22일 민주당 경선을 한 달 남짓 남겨둔 미국의 차기 뉴욕시장 선거전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뉴욕시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이번에도 경선의 관문을 통과한 후보가 올 11월에 열리는 본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다음달 경선이 실질적인 시장 선거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잇단 아시안 증오범죄의 여파로 대만계 정치인인 앤드루 양 후보(46)가 여유 있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해왔지만 최근에는 흑인 후보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61)의 약진으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백인인 스콧 스트링어 뉴욕시 감사원장(61)까지 가세해 인종 구성만 놓고 보면 백인과 흑인, 아시안 간에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현 뉴욕시장은 3선 금지 규정 때문에 출마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아시아계가 뉴욕시장에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뉴욕 지역의 유력 언론사인 뉴욕포스트는 10일 애덤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사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에릭 애덤스는 우리 도시 전체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믿는다”며 “그의 최우선순위는 증가하는 범죄 추세를 되돌리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여 년 간 뉴욕 경찰(NYPD) 생활을 한 애덤스는 뉴욕주 상원의원을 거친 뒤 2014년부터 브루클린 구청장을 맡고 있다. 10대 청소년 때 경찰한테 폭행당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던 그는 오랫동안 강도 높은 경찰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급증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경선 레이스에서 줄곧 2위를 달리던 애덤스는 지난달 말 여론 조사에서 처음으로 21%의 지지율로 양(18%), 스트링어(1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흑인 유권자의 폭넓은 지지에다가 범죄 대응에 대한 기대감 면에서 당내 중도보수층의 지지 역시 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다른 후보를 압도했던 양 후보의 저력도 무시하기 힘들다. 작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뛰었던 그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기반으로 ‘아시아계 첫 뉴욕시장’ 타이틀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같은 대만계로 최근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안을 의회에 상정한 그레이스 멩 의원은 10일 양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양 후보는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비영리 벤처기업 ‘벤처 포 아메리카’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사회 운동을 오랫동안 해 왔다. ‘양 갱(Yang Gang)’이란 이름의 열성적인 팬클럽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스트링어 감사원장은 20년 전의 성추행 의혹이 지난달 말 터지면서 곤경에 빠져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진 김은 2001년 스트링거가 뉴욕시 공익옹호관 자리에 출마했을 때 그의 캠프에서 무급 인턴을 했는데, 당시 스트링어가 반복적으로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스트링거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며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각계에서 후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그는 뉴욕시 교사 노조와 급진 진보세력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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