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나폴레옹 사망 200돌… 마크롱 기념식 참석 논란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5-05 03:00수정 2021-05-0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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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영웅”서 “인종주의자”까지… 佛국민, 나폴레옹 평가 ‘극과 극’
역대 대통령 대응 수준 놓고 고민… 마크롱, 묘역 헌화-연설까지 밝혀
일각선 “우파 표 노린 행보” 분석
프랑스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1804년작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에 마크롱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사진. 프랑스에서는 대선 때마다 유명 정치인과 나폴레옹을 비교하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나폴레옹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저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4)이 유럽 통일을 꿈꿨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1769∼1821) 사망 200주년 기념식에서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헌화하기로 하면서 밝힌 말이다.

프랑스 매체 BFMTV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5일 파리 시내 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에 있는 나폴레옹의 묘역에 헌화하기로 했다. 200주년 행사에 참석해 연설도 할 계획이다.

주간지 르푸앵은 “마크롱은 그간 나폴레옹에 대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 왔다”며 “이번 결정에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내년 4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마크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 실패로 지지율이 최근 37%까지 하락했다. 이에 우파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슬람교 규제, 공권력 강화 등 우향우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번 나폴레옹 묘역 헌화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나폴레옹 이후 2017년 최연소 최고 지도자에 오른 마크롱은 당시 취임하면서 ‘강한 프랑스’를 외쳤다. 헌화 결정에는 젊고 강한 지도자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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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령 코르시카섬 출신의 나폴레옹은 1804년 황제로 즉위한 후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만들었다. ‘국민 영웅’이었던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는 1900년대 들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나폴레옹의 독재성, 자국민 600만 명을 희생시킨 전쟁광 등의 부정적 면이 조명됐다. 특히 1794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폐지된 노예제를 나폴레옹이 8년 만에 되살려 ‘인종주의자’ 딱지가 붙기도 했다.

‘강한 지도자’라는 찬사와 ‘인종주의자, 독재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나폴레옹의 양면성 때문에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나폴레옹을 평가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2004년 12월 나폴레옹의 노트르담 황제 즉위식 200주년 행사, 2005년 나폴레옹의 아우스터리츠 전투 승리 200주년 행사에 불참했다.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나폴레옹과 일정 거리를 뒀다.

반면 166cm 작은 키와 헝가리 이민 2세 비주류 출신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내세워 ‘제2의 나폴레옹’이란 이미지를 적극 차용했다.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은 1969년 나폴레옹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코르시카섬을 찾아 연설했다. ‘위대한 프랑스’를 외쳤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우리에겐 나폴레옹이 있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나폴레옹#역대 프랑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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