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北과 ‘스몰딜’ 추구하나…구체화되는 대북 정책

뉴스1 입력 2021-05-04 13:40수정 2021-05-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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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왼)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對) 북한 정책 검토를 마쳤다고 밝힌 가운데, 어떤 형태가 될지와 그 세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언론에선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핵무기 포기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목표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대화와 중간 합의까지도 추구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을 시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화염과 분노’와 ‘전략적 인내’의 중간 지점: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사실은 지난달 30일 젠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알려졌다.

사키 대변인은 당시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음을 확인해줄 수 있다”며 “검토는 철저하고 엄격하게, 그리고 포괄적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는 물론 전임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논의했고 그들이 배우고 공유한 교훈도 취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과거 4개(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노력했음에도 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grand bargain)에 집중하지도,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정책은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추구한다.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할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 해외주둔병력의 안전을 증대할 실질적 진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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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러한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계속해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방미 당시에도 대북정책 관련 내용이 논의된 사실도 전했다.

일괄타결은 정상 간 담판으로 ‘빅딜’을 시도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이었고, 전략적 인내는 강력한 경제·군사적 압박에 결과적으론 북한의 4차례 핵실험을 방치한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이었다.

일괄타결과 전략적 인내는 방법론에서 양 극단으로 달랐지만, 결과적으론 완전한 비핵화를 한번에 해결하려다 결국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든 정부가 시사한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는 중간 지점’이란 결국 중간 합의(스몰딜)에 기초한 단계적 해법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올해 1월14일 제8차 노동당 대회 때 공개한 신형 미사일의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왼쪽)과 3월 25일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사용한 TEL 차량 모두 오른쪽에 332란 숫자와 인공기 문양이 그려져 있다. (조셉 뎀시 트위터 캡처) © 뉴스1
◇北 핵보유국 인정 전제한 ‘스몰 딜’…美의 딜레마 ‘관건’: 북미 간 중간 합의는 미국 내에서 다소 금기시 돼온 측면이 있다.

클린턴 정부 말기 Δ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Δ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 Δ북미·북일 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담은 단계적 해법 ‘페리 포르세스’가 제시된 적이 있지만, 당시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이었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고 또 그마저도 부시 정부로의 정권 교체로 유야무야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대부분의 미국 (전임) 행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phased)’ 접근을 꺼려왔다”며 “북한이 ‘중간 합의’로 미국을 속이고 핵 프로그램을 완성할 시간만 벌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어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 ‘스몰 딜’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해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과 현실적 입장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미국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한계를 딛고 중간 합의 시도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 포스트(5월 1일자)에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미국은 북한의 ‘특정단계 조치(particular steps)’의 대가로 어떤 완화(relief) 조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전략이 모든 걸 하려 했고(everything for everything), 오바마 정부가 아무 것도 안했다면(nothing for nothing), 바이든 정부는 그 중간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someting in the middle)이라고 부연했다.

존 델루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를 두고 ‘무언가 하는 전략(someting for something)’이라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평했다.

◇중간합의 범위 어디까지?: 바이든 정부에서 시도하는 북미 간 중간 합의가 어디까지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기 국무부 차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북한과 협상했던 스티븐 비건 같은 인물들과도 대북정책을 논의했고, 이전 정부의 노력을 모두 뒤집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우리의 접근방식은 싱가포르 합의와 다른 이전의 합의들에 기초할 것”이라고 언급, 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Δ평화체제 보장 Δ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합의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지만, 하노이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전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으면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북미 협상이 ‘노딜’로 끝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물론 한국에서도 새 미국 행정부의 북미 협상은 싱가포르 합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단계적 접근이 과연 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북한에 대해 상당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바이든 정부의 북한과의) 외교’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핵심적 문제라고 WP는 짚었다.

바이든 정부의 인권 중시 기조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도 충돌할 수 잇어 미국의 대북 접근에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봤다.

WP 취재에 응한 다른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울지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핵 문제는 여러 면에서는 미국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우리가 직면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대북 정책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북미 간 신경전은 이미 시작된 듯 하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의회 연설 중 북한 관련 발언(“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위협에 대처할 것”)에 반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또다시 등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021년 5월 2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는 모습. ABC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 ABC 방송에 출연해 “우리의 대북 정책은 적대가 아닌 해결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남한에 전개된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까지 포괄해 북한 측에서 선호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도 남북미 관계 관련 언급에서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영국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대북정책 관련 질의에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외교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관여할지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이 기회를 잡아 외교적으로 관여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로 나아갈 방법이 있을지 알아보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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