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부 지역서 “백신 남아 돈다”며 공급 중단 요청 잇달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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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이 많은 미국에서는 주 정부가 연방정부에 백신 공급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간) 지역 일간지 디모인레지스터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보건당국은 다음 주인 이달 10일부터 공급될 백신 물량 중 71% 가량(7만5280회분)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연방정부에 통보했다. 아이오와주는 백신을 맞겠다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번 주 백신 공급량도 일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 중 88개가 다음주 할당된 백신의 모두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됐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주엔 43개 카운티가, 이번 주는 80개 카운티가 각각 백신 공급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받았다. 백신이 필요 없다는 지방정부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오와주의 백신 접종은 4월 초에 최고점을 찍고 내려가는 추세다. 당시 하루 5만 회분 안팎이었던 접종량은 최근 들어 2만 회분 안팎으로 떨어졌다. 아이오와주에서는 56%가 넘는 성인이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맞았다.

백신이 남아돈다며 연방정부의 지원을 사양하는 주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도 지난 달 말 연방정부에 백신 공급량을 일부 줄여달라고 했다. 미시시피주는 백신이 남아돌아서 버리지 않도록 백신 약병을 작은 배송상자에 넣어 조금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캔자스주도 4개 카운티 중 3개꼴로 백신 배송을 하지 말아달라고 최소 한 번 이상 주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초 백신 접종 초기만 해도 각주들은 연방정부에 백신을 빨리 공급해달라고 줄을 섰지만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각주는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접종을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최근 백신을 맞는 16¤35세 청년들에게 100달러짜리 예금증서를 주기로 했다. 미시간주에 있는 디트로이트는 백신 맞을 사람을 데려오는 주민에게 50달러의 현금카드를 준다. 현재 미국에서는 내륙의 시골 주민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일부 기독교 신자,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일부 흑인들이 주로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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