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봉쇄하느니 시신 수천구 쌓이게 할 것” 발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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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봉쇄를 하느니 시신 수 천구가 높이 쌓이게 하겠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가 지난해 10월 총리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조치 여부를 두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당시 총리실에서는 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를 다시 시행할지를 두고 토론이 진행됐다. ‘상황이 심각해 봉쇄령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자 존슨 총리가 “또 다시 국가를 봉쇄에 빠뜨리기보다는 차라리 수천구의 시체가 높이 쌓이는 것(bodies pile high)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해당보도에 “답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BBC 등 다른 영국 언론들이 팩트체크에 나서 ‘발언이 맞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당시 존슨 총리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이런 발언을 했으며,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봉쇄령을 내리지 않으면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경고한 후에야 존슨 총리도 봉쇄시행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후 영국 정부는 10월 말 봉쇄조치를 시행했다.

극단적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총리의 지지율 하락 공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유럽 내 1차 코로나19 확산 당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은 즉각 강한 봉쇄조치를 취했다. 반면 영국은 봉쇄에 거부감이 큰 여론을 의식해 집단면역을 검토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7월까지 영국 내 누적 사망자만 5만 명에 육박했다. 미국 브라질에 이은 전 세계 3번째로 큰 피해였다

뒤늦게 봉쇄조치를 내렸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각종 설문조사에서 존슨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50%를 넘었다. 지난해 2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분기 대비 20.4%나 감소해 1955년 경제성장률 통계 작성 이래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야권은 “총리가 영국민 안전보다 지지율부터 생각했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비열, 냉담, 잔인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레이첼 리브스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한 긴급조사를 실시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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