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내전 우려에 외국인 대탈출 시작되나…각국 철수 명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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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대립이 내전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미국 등 주요국들이 미얀마 내 자국인에게 “출국이 가능한 지금 미얀마를 떠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30일 반드시 주재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미얀마 주재 자국 공무원과 그 가족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국적 민간인도 우리의 최우선 고려 순위”라고 덧붙여 일반 민간인의 귀국 지원 계획도 밝혔다.

하루 앞선 지난달 29일에는 노르웨이가 폭력 사태 격화를 이유로 미얀마 내 자국인의 출국을 촉구했다. 노르웨이 외교부는 “아직은 미얀마를 떠날 수 있지만 예고 없이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면서 “모든 노르웨이인들은 미얀마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노르웨이에 이어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조만간 자국인에게 출국을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3월 초 미얀마에 체류 중인 자국인들의 철수를 권유했다. 베트남은 3월 4일 국영항공 여객기 2대를 통해 자국인 390명 이상을 귀국시켰다. 일본 교도통신은 2월 19일 미얀마에서 기업 활동을 해 온 일본인들이 본사 지시에 따라 직항편으로 귀국했다고 전했다.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주요국 대사관들이 자국민들에게 가능하면 일시 귀국할 것을 조용히 권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대사관도 항공편 추가 편성을 통해 우리 국민의 출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자국인 철수를 지시·권유한 배경에는 미얀마 사태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민들의 반(反) 쿠데타 시위와 군부의 유혈 진압이 장기화하면서 내전 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이전부터 미얀마 군부와 대립해 온 소수민족 무장 반군의 존재가 내전 소지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미얀마 남동부 지역 태국 접경 카인주의 카렌족 무장 반군 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은 최근 미얀마 민주진영과 연대를 선언했고, 정부군과의 전투도 재개했다. KNU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군 수천 명이 모든 전선에서 진격해 오고 있다면서 “이제 정부군과 충돌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미얀마 서부 방글라데시 접경 라카인주의 라카인족 무장 반군인 아라칸군(AA) 역시 지난달 29일 “반(反) 군부 투쟁에 모든 (소수) 민족과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AA는 이 지역에서 미얀마 정부군과 게릴라전을 벌여 오다가 지난해 11월 정부군과 휴전을 선언했다. 이후 정부의 ‘테러 단체’ 목록에서 삭제됐지만 최근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을 계기로 다시금 전의를 밝힌 것이다.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타앙민족해방군(TNLA)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군부가 시위대 살상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모든 소수민족 무장조직 및 친 민주진영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진영의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도 이에 호응하고 이다. CRPH는 “소수민족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임시 연방헌법을 마련 중이며, 정부군에 대적할 연방군 창설도 논의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각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보유한 병력을 더하면 대략 7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단체별 이해관계가 다른 점은 또 다른 변수로 지적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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