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한 명이 사라졌다”…남편 잃은 한국계 할머니에 협박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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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달 남편을 잃은 80대 한국계 미국인 노모에게 “상대해야 할 아시아인 한 명이 사라졌다”며 증오 표현이 가득한 협박 편지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미 ABC7에 따르면 지난달 남편과 사별한 A 씨(82)는 22일 익명의 자필 편지를 받았다. 작성자는 편지에서 “망할 아시아인들이 우리 미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부인 또한) 조심하라. 당신 역시 짐을 싸서 당신 나라로 돌아가라”고 협박했다.

경찰은 A 씨의 딸 클로디아 최 씨의 신고를 받고 사건을 인지했다. 최 씨는 “작성자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좋다고 했다”며 “우리 부모님은 선거 때마다 자부심을 갖고 투표를 할 정도로 누구 못지않은 미국인이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개인사업을 한 A 씨 부부는 네 딸을 모두 대학에 보낸 뒤 약 10년 전 캘리포니아 실비치의 ‘레저월드’라는 실버타운에서 노후를 보냈다. 레저월드는 1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형 단지로 이들 중 약 10%는 한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레저월드에 사는 이웃이 협박 편지를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현재 지문, 필적 감정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수색 중이다. 해당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골든레인재단(GRF)은 성명을 내고 “악의적이고 터무니없는 혐오 편지는 인종 평등과 사회적 정의라는 재단의 가치를 위협한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21일 뉴욕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 증오 범죄 규탄 시위를 하던 30대 아시아계 여성이 7세 딸 앞에서 2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서 집회에 참석한 중국계 미국인 케이티 허우 씨(37)는 W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남성이 다가와 시위에 쓰는 팻말을 달라고 부탁해 팻말을 건네자 이를 찢고 내 얼굴을 두 번 가격한 뒤 도주했다”고 전했다. 허우 씨는 이날 폭행으로 발목을 삐고 얼굴에 열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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