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봉사상 60대-두 아들 키운 싱글맘도 애틀랜타 총격에 스러져

조유라 기자 입력 2021-03-22 03:00수정 2021-03-2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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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숨진 한국계 여성들 사연 알려
엄마 잃은 형제, 온라인서 모금
나흘만에 7만명이 30억원 후원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으로 숨진 현정 그랜트 씨, 차남 에릭 박 씨, 장남 랜디 박 씨(왼쪽부터). 고펀드미 캡처
헌신적 싱글맘, 열성적 봉사자, 한국 음식을 자주 해주던 이웃…. 1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으로 숨진 한국계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20일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알려졌다.

홀로 두 아들을 키운 현정 그랜트 씨(51)의 장남 랜디 박 씨(23)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글을 통해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러야 하지만 법적 문제로 시신조차 인도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친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그는 어머니와의 혈연관계를 법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랜트는 현정 씨가 박 씨 형제의 친부를 만나기 전 결혼했던 미국인 남편의 성이다.

집주인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집을 비워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박 씨는 장례식 비용 및 집세를 마련하기 위해 18일부터 ‘고펀드미’에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다. 21일 현재 6만8000여 명이 참여해 목표치 2만 달러의 100배가 넘는 264만 달러(약 30억 원)가 모였다. 차남 에릭 씨(20) 역시 어머니가 해준 김치찌개가 그립다고 회고했다.

현정 씨와 같은 가게에서 일했던 김순자 씨(69)는 1980년대 남편, 두 자녀와 미국으로 이주했다.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지만 접시닦이, 편의점 직원, 야간 청소부 등 고된 육체노동을 거듭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가톨릭 신자인 김 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에 열심이었다. 특히 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한국 결식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아동재단’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수도 워싱턴의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공로로 대통령봉사상을 탔다. 김 씨의 손녀는 할머니를 ‘투사(fighter)’라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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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군 남편을 만나 조지아주로 건너온 유영애 씨(63)는 두 아들의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자주 해주고 드라마 시청을 좋아하던 평범한 이웃이었다. 사망자 8명 중 최고령인 박순정 씨(74)는 스파를 운영하는 친구를 돕다 참변을 당했다. 사위 스콧 리 씨는 “장모님은 매우 건강해 누구나 100세까지 살 것으로 여겼다”며 비통함을 표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오바마봉사상#싱글맘#애틀랜타#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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