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믿을 수 없다”던 브라질, 확진자 급증하자 中에 ‘SOS’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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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국인 브라질에서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창궐해 의료 체계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크게 부족해지자 “중국산 백신의 효능을 믿을 수 없다”며 당초 구입 거부 의사를 밝혔던 자이르 보우소나르 정권 또한 태도를 바꿔 중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은 이달 들어 매일 7만~9만5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생기고 있다. WHO는 최근 “브라질이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10일 일일 사망자 또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초로 2000명을 넘겼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1일 기준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120만 명, 27만 명을 돌파했다. 이로 인해 전국 27개 주 중 20개 주 이상에서 병상 부족이 심각하다. 최대 도시 상파울루를 보유해 비교적 의료 환경이 좋은 상파울루주에서도 이달 들어 환자 30여 명이 중환자실 입원을 기다리던 중 숨졌다.

하지만 백신 접종 속도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1월 16일 접종을 시작했지만 단 1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2억1400만 명 인구의 약 4%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인구의 75%가 항체를 형성하는 ‘집단면역’에 이르는데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다급해진 보우소나루 정권은 이미 중국산 백신을 도입했는데도 물량을 확대해달라며 중국에 SOS를 쳤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건부는 8일 양완밍 브라질 주재 중국 대사에게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의 백신 3000만 도스(1회 접종분)를 살 수 있게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방역 정책에서 의료 전문가 조언을 듣지 않고 과학의 중요성을 줄곧 폄훼해 큰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만든 백신을 사지 않겠다”며 시노백 백신 구매를 반대했지만 이후 사용을 승인했다. 대통령의 셋째 아들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 또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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