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지위의 상징 ‘사자개’… 中서 애물단지로 전락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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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번식뒤 버려져 들개 신세로… 티베트고원 15만여마리 사람 위협

미국 터프츠대 홈페이지
미국 터프츠대 홈페이지
커다란 덩치와 풍성한 갈기, 용맹함으로 ‘사자개’로 불리며 중국에서 한때 부와 지위의 상징이던 반려견 ‘티베탄마스티프’(사진)가 위협적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인기가 높아지자 돈을 벌기 위해 무분별하게 번식을 시켰고, 상당수는 유기돼 생태계는 물론이고 사람까지 위협하는 들개가 된 것이다.

SCMP에 따르면 2014년부터 동물 보호 활동을 하던 인양 씨는 눈표범 한 마리가 산양을 사냥해 먹으려는 찰나 티베탄마스티프 무리가 달려들어 눈표범을 쫓아내고 먹이를 차지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베이징대 생명연구소는 티베트고원 북동부 칭하이성 인근의 떠돌이 개는 16만 마리로 집계되며 이 중 97%가 티베탄마스티프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사람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다. 2016년에는 8세 여자아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있던 암컷 마스티프에게 물려 목숨을 잃었다. SCMP는 티베트 지역에서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월평균 180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이나 물, 토양을 통해 광견병 등 전염병도 사람에게 옮기고 있다.

티베탄마스티프는 티베트 고대 견종이다. 칭기즈칸이 3만 마리의 마스티프로 구성된 군견 부대를 거느렸다는 설(說) 등 긴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생후 1년 된 강아지가 2014년 저장성에서 1200만 위안(약 20억 원)에 팔리기도 하는 등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중국 부유층의 최고급 선물이 됐다. 이에 중국 전역에 마스티프 교배센터가 3000여 곳에 이르는 등 과잉 번식됐다가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많은 개들이 유기돼 이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SCMP는 지적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사자개#중국#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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