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작계) 5027’에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미 전략사령관이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확장 억제’는 북한의 핵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이 핵무기 등으로 이를 격퇴한다는 개념이어서 미국이 대북 핵공격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은 14일(현지 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에 언급된 작전계획 5027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북한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해 만든 이 작전계획에 핵무기 사용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 어떤 작전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청와대가 전날 “핵무기 사용은 작계에 없다”고 명확하게 밝힌 것과 달리 미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비친 셈이다.
그는 이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와 안보 약속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됐으며, 이것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작전계획 검토가 필요하든 미 전략군은 명령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리처드 사령관이 작계 5027의 내용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하면서도 확장억제를 강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확장억제는 제3국이 미국의 동맹국에게 공격을 가할 경우 미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핵과 재래식 무기 등 모든 전력을 투입해 대응한다는 안보공약이자 전략적 개념이다. 가령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위협하거나 핵공격을 실행할 경우 미국은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 등을 동원해 저지하게 된다. 확장억제 수단에는 미국의 3대 핵전력(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을 비롯해 항모타격단, 스텔스 전투기, 미사일방어능력, 초정밀 타격무기 등이 포함된다.
이런 까닭에 주요 작전계획의 내용을 알고 있는 리처드 사령관이 ‘확장 억제’를 언급한 것은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핵전략이 갖춰져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리처드 사령관은 4월 미국령 괌에 배치됐던 미국 전략폭격기 B-52를 미국 본토로 배치한 것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역동적인 병력 배치를 통해 전략적으로는 예측 가능하고 전술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해 억지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격노’ 내용 가운데 ‘2017년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80개 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작계 5027을 검토했다’는 부분에 대해 “(그 부분은) 오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잠시 후 재공지를 통해 “‘오역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 부분은 전문이 발간되면 다시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고 메시지를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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