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 투표소서도”…트럼프에 이어 美법무장관도 “우편투표는 불장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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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우편으로, 한 번은 투표소에서, 두 번 투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대선에서 투표를 두 번 하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전했다. 유권자가 두 번 투표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대통령이 불법 선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문제 발언을 꺼냈다. ‘우편투표 시스템을 신뢰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권자들에게 (한 번은) 우편 투표용지를 보내고, 한 번은 투표소에 가서 직접 투표하게 하자”고 불쑥 제안했다. 이어 “만약 우편투표 방식이 그들(민주당) 주장대로 좋다면 (두 번) 투표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두 번 투표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우편 투표의 조작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엔 우편과 투표소 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다소 엉뚱한 제안까지 꺼낸 것. NYT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편투표의 신뢰도 문제를 계속 제기하다보니 자신의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 속에 고안한 방법”이라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공화당의 텃밭이어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이중 투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도 “우편투표는 불장난”이라며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가세했다. 그는 2일 CNN에 출연해 과거 1700장의 투표용지를 모아 모두 지지후보에게 투표하려 했던 남성의 사례를 들며 “투표할 사람들이 용지를 얻지 못하고 엉뚱한 이들이 투표를 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과 학계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부재자 투표가 사기나 대리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정해왔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런 이중 투표는 엄연한 불법이여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관리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논란이 커지자 “한 사람이 두 번 투표하는 것은 시스템 상 불가능하며 첫 번째 투표만 집계된다. 의도적으로 두 번 투표하는 것은 중범죄”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3일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불법적인 행동을 권하지 않는다. 그는 유권자의 표가 분명히 집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장 투표를 하라는 뜻이었다”며 수습에 나섰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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