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납북문제 해결 못해 통탄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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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8개월 집권 끝낸 日총리
코로나-북핵 등 현안부터 언급후 “내 건강 말씀드리겠다” 사퇴 발표
당일 오전에야 주위에 결심 알린듯

“아베 퇴진” 호외… 충격 휩싸인 일본 28일 일본 도쿄 신바시역 앞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임한다는 내용의 요미우리신문 호외가 배포되고 있다. 이날 일본 주요 신문은 호외를 발행하고, 방송들은 특보 체제로 변경했다. 도쿄=AP 뉴시스
“아베 퇴진” 호외… 충격 휩싸인 일본 28일 일본 도쿄 신바시역 앞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임한다는 내용의 요미우리신문 호외가 배포되고 있다. 이날 일본 주요 신문은 호외를 발행하고, 방송들은 특보 체제로 변경했다. 도쿄=AP 뉴시스
28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올랐다. 71일 만의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마스크를 벗은 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요격 능력에 대해 언급했다. 목소리는 힘이 있었고, 얼굴 표정도 좋았다.

하지만 약 5분 뒤 아베 총리는 “두 가지 보고를 드렸고, 나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다”면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13년 전에도 같은 병으로 1년 만에 돌연 총리직을 그만뒀기 때문에 건강에 만전을 기했지만 병이 재발했다면서 “총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7년 8개월의 최장수 총리 재임 역사가 사실상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이 손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평화조약과 헌법 개정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언급할 때는 “장이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15분간의 모두 발언이 끝난 후 아베 총리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눈꺼풀도 무거워 보였다. 아베 총리는 매번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연단 앞에 프롬프터를 설치해 원고를 읽었지만 이날은 프롬프터가 없었다. 아베 총리는 “원고가 (기자회견) 직전까지 결정되지 않았고, 나도 여러 번 퇴고했다”고 했다.

실제 아베 총리의 이날 사임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까지도 “총리 스스로 ‘지금부터 다시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견을 채 3시간도 남기지 않은 오후 2시 8분 NHK방송이 속보로 ‘아베 사임 의향’을 내보냈고, 다른 언론들도 속보를 쏟아냈다.

아베 총리는 24일 게이오대병원 검진 후 사임을 결심했고, 28일 오전에야 주위에 사실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관저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약 35분간 독대했고, 오후엔 자민당 본부에 들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만났다. 이때 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 시점에 사임을 발표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게 가능해진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최후까지 확실히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후임 자민당 총재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것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총리직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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