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전대 100명 연사중 ‘톱 1, 2위’ 오바마 부부 비결은?[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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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는 참 능력도 좋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를 말하는 건데요. 최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이 소셜미디어에서 트렌딩(화제가) 된 연설 1,2위에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올랐습니다. 미셸 여사가 1위, 오바마 전 대통령이 2위였죠. 정작 전당대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후보 수락 연설은 3위에 그쳤습니다. 전당대회에서는 이런저런 행사를 합쳐서 총 100여명이 넘는 연사가 마이크 앞에 서는데요. ‘톱 1, 2위’ 자리를 고스란히 오바마 부부가 가져간 것이지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모습. 소셜미디어 화제의 연설 1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모습. 소셜미디어 화제의 연설 1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전당대회 연설 모습. 화제의 연설 2위를 기록했다. 뉴스1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전당대회 연설 모습. 화제의 연설 2위를 기록했다. 뉴스1

연설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나 정치인 연설이 곧잘 연상됩니다만 사실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종종 있지요. 회사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일종의 연설입니다. 부모님 생신 때 손님들 앞에서 자식으로서 한마디 하는 것도 연설의 하나죠. 이런 때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조리 있게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 등에서 식은땀이 났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연설이라기보다 대중 앞에서 말하기, 즉 ‘퍼블릭 스피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네요.

오바마 부부의 명연설 때문일까요. 요즘 미국에서 연설 잘하기 비법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인들은 워낙 평소에도 수도꼭지 튼 것처럼 좔좔 말을 잘해서 ‘저런 능력은 타고 태어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미국인들도 연설 잘 하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그냥 말 잘하는 것과는 달리 연설은 전략과 논리가 필요하니까요. 미 전문가들의 충고를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클라이맥스 빌딩’에 모든 것을 걸어라.” 연사는 핵심, 즉 결론을 말하기 얼마 전부터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청중들을 불러 모아야 합니다. 즉 정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점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 진입했다면 특정 단어 또는 문장 구조를 계속 반복해줘야 합니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지만 연사도 동어반복을 꺼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단어나 문장이 반복되면 단번에 주의를 끌기 마련이지요.

미셸 여사는 18분 동안 전당대회 연설을 했습니다. ‘VOTE(투표)’라고 새겨진 목걸이를 관찰하느라 정신이 팔리기도 했겠지만 18분 동안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연설 내용을 계속 주목한 시청자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녀는 연설의 3분의 2정도 지난 시점부터 4,5개의 비슷한 문장으로 공격 수위를 높여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실망시켰다’는 메시지를 부각시킵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희망을 접은 듯 “It is what it is(세상사가 그런 거죠)”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도 이 전략을 잘 구사합니다. 그가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 때 흑백 인종 학생들을 같은 버스에 태워 등교시키는 ‘버싱’ 문제를 두고 바이든 후보를 한 발짝씩 밀어붙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 때 카멀라 해리스 후보(오른쪽)가 조 바이든 후보(왼쪽)에게 맹공을 펼치는 모습. CNN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 때 카멀라 해리스 후보(오른쪽)가 조 바이든 후보(왼쪽)에게 맹공을 펼치는 모습. CNN


둘째, ‘실패의 연설은 승리의 연설보다 중요하다.’ 중요한 대회에서 패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망쳤을 때 더 이상 얘기할 의욕이 사라집니다. 계속 떠드는 것은 변명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보일 때가 바로 패배의 연설이라는 것이죠. 2008년 대선 경선 레이스 포기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유리천정을 깰 만큼 높이 날아오르지 못했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1800만개(경선에서 얻은 득표 수)의 금을 냈다. 그 유리를 통과한 희망의 빛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것은 그녀 최고의 연설로 꼽힙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포기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연설 모습. 폴리티코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포기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연설 모습. 폴리티코


좋은 연설을 하려면 자세도 중요합니다. 흔히 하는 실수로 두 손바닥으로 연단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연설을 하면 어깨가 들리면서 매우 긴장한 듯 보이게 됩니다, 또 예전에는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는 것이 ‘표준 자세’로 통했지만 지금은 ‘구식’으로 통합니다. 대신 두 발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한쪽 발은 약간 앞으로, 다른 쪽 발은 뒤로 하면서 뒤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두면 자연스런 포즈가 나온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다음 기회에는 좀 더 프로다운 연설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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